최태원-노소영 이혼, 대법 최종 판단
2심 판결 후 재산분할 계산오류 공방
대법 상고심 전원합의체 진행 전망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대법원 판단을 받는다.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을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가 이후 ‘판결문 오류 경정’을 하면서 대법원이 상고심을 전원합의체로 진행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20일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김시철 부장판사)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상고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최 회장측은 추후 상고이유서를 제출해 상세한 이유를 대법원에 밝힐 예정이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재산 분할에 관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돼 상고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30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고 위자료 20억원도 줘야한다는 서울고법 판결이 나온 이후 재산분할 판단을 둘러싸고 공방이 이어졌다.
최 회장측은 지난 17일 SK 주식 가치 증대와 관련한 최 회장 부자의 기여 정도를 판단한 항소심 재판부의 계산에 치명적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측의 오류 지적을 받아들여 판결문 일부를 정정하면서도 위자료 20억원과 1조3808억원의 재산 분할 판단에는 영향이 없다는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재판부가 판결문을 정정하면서 설명자료까지 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재판부가 수정한 부분은 1998년 5월 SK㈜의 모태가 된 대한텔레콤(현 SK C&C)의 주당 가치이다. 서울고법은 당시 주식가액을 100원으로 계산했는데 판결문 경정을 통해 주당 1000원으로 수정했다. 이에 따라 최종현 선대회장의 회사 가치 상승 기여는 12.5배에서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는 355배에서 35.6배로 수정됐다.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단순히 숫자를 고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항소심 판결문을 저희가 검토하면서 다툴 만한 내용도 많고 오류도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 관장측은 “여전히 SK 주식 가치가 막대한 상승을 이룩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고 결론에는 지장이 없다”며 “일부를 침소봉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방해하려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향후 대법원은 1차로 항소심의 판결문 수정에 문제가 없는지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사실관계를 따지면서 법률을 적용하는 1·2심의 ‘사실심’과는 달리 상고심은 법리적인 문제가 있는지 살피는 ‘법률심’에 해당하기 때문에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사건에 적용된 법리 해석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 대법원이 상고심을 전원합의체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상 판례 변경이 필요하거나, 대법관끼리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경우 구성된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고 대법관 전원의 ⅔이상으로 구성된 재판부다.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이 참여한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