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안에 퇴거’ 몰린 쪽방 주민들
회현역 주변 30여 가구
철거 이유, 단전·단수 공지
한 달 안에 나가라는 통보를 받은 서울 회현역 인근 고시원 쪽방 주민들이 “강제퇴거는 불법”이라며 자치단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해당 쪽방 주민들과 홈리스 주거권 보장 활동 단체인 ‘2024홈리스주거팀’은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퇴거 위기에 처한 회현역 인근 고시원 쪽방 주민들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홈리스주거팀 등에 따르면 서울 중구 회현역 인근 한 고시원 건물주가 건물 철거를 이유로 지난 5월 26일과 이달 12일 두 차례 입주민에게 이달 20일까지 퇴거하라고 통보했다. 만약 퇴거하지 않으면 전기와 수돗물을 끊겠다고 공지하고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주민등록말소까지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
해당 고시원은 서울시 쪽방 등록이 되어 있는 곳으로 30여 가구가 거주하다 퇴거 요구 이후 현재 10여 가구가 생활하고 있다. 고시원 주민 대다수는 고령으로 질병이나 장애를 겪고 있고 중증 환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현재 강제 퇴거는 시행되고 있지 않다.
회견에서 70대 한 주민은 “이 나이에 나가라고 하니 막막하다”며 “서울시가 쪽방으로 인정하는 곳은 거의 없어 거처를 옮기면 지원이 끊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건물주가 갑자기 퇴거하라고 해도 갈 곳이 없다”며 “주민등록말소가 걱정된다”고 밝혔다.
홈리스주거팀은 “폭염에 주민들이 퇴거한다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며 “서울시가 행정력을 발동해 쪽방 주민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익재단 동천의 김윤진 변호사는 “한 달 내에 퇴거 요구는 불법이고 주민등록말소를 신청하겠다는 것도 불가능하다”면서 “이런식의 통지에 주민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건물주에게 내용증명을 보내고 가처분 신청도 하면서 법률 대응을 조력하고 있다”며 “법적으로 판단하기 전에 서울시가 중재에 나서 건물주와 원만하게 해결되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두 차례 연락을 받고 법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지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에 조회해 놓은 상태”라며 “임대차보호법 적용이 된다면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주를 하게 되면 대체 주거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