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부터는 하루 한끼 지역사회 ‘효도밥상’
끼니 해결 넘어 교류공간으로 발전
주민들 재원·물품 기부하고 자원봉사
“국 포함해서 하루 7찬을 준비해요. 집에서 해먹기에는 가격도 비싸고 손이 많이 가는 나물이나 고기 종류를 포함시키려고 신경을 많이 씁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 끝자락에는 분홍빛 배달트럭 두대가 드나드는 ‘반찬공장’이 있다. 평일 새벽이면 김정린 영양사 주도 하에 500명분 반찬을 만들어 지역 내 17곳에 배달을 한다. 75세 이상 혼자 사는 마포구 주민들이 따뜻한 한끼를 해결하는 ‘효도밥상’에 오를 찬들이다. 김 영양사는 “집에서는 사실 이렇게 못해 먹는다”며 “부모님도 효도밥상을 이용하시는 어르신들 또래라 조금이라도 더 해드리려고 최대한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마포구에 따르면 구는 민선 8기 들어 ‘효도밥상’을 필두로 각종 사업에 ‘효(孝)’를 더한 ‘효도도시’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인식과 대책은 미흡한 상황이다. 박강수 구청장은 “노인문제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더 커지기 전에 여러 형태로 연습을 해보고 준비해야 한다”며 “그것이 바로 지방자치”라고 강조했다.
노년층 다수가 이용하는 경로당이 있지만 편가르기가 심각해 보편적 밥상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퍼주기식 사업’이라는 지적과 함께 대규모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구의회도 서울시도 정부도 외면하자 주민들에게 기댔다. 노인을 공경하는 전통적 가치와 이웃이 이웃을 돕는 상호부조 정신을 계승한 주민참여 밥상으로 전환했다. 1년여만에 11억원 가량 후원금품이 접수됐다. 16개 동 전역에서 밥상 진행을 돕겠다고 나선 자원봉사자도 300명이나 된다.
지역 내 뜻이 맞는 음식점 등 7곳과 손을 잡고 300명 규모로 시작했다. 밥상은 끼니 해결을 넘어 혼자 사는 노인들이 이웃과 담소를 나누며 교류하는 공간이 됐다. 간호사를 순회 배치해 식사와 함께 참여자들 건강도 챙긴다.
주민들은 요즘 반찬재료도 나눈다. 일손이 필요한 농장과 도시 농업 체험을 희망하는 주민을 연계했더니 수확한 작물 중 일부를 효도밥상에 내놓는다. 오이며 상추 등 신선한 채소가 줄을 잇고 있다. 구는 여기에 더해 동주민센터 내 스마트팜과도 연계해 재료를 조달할 계획이다. 박강수 구청장은 “하반기에 15~16곳 효도밥상을 확대하고 내년에는 희망하는 곳 어디나 반찬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효도는 밥상에 제한되지 않는다. 주거가 불안정한 노년층을 위한 효도숙식경로당, 나이와 계층을 넘어 전 세대가 어우러지는 실뿌리복지센터, 행정 업무를 보다 쉽게 처리하도록 돕는 ‘효 전용 창구’도 효도도시 일환이다. 사회적 인식 바꾸기도 동시에 진행한다. 청년 부모 노후준비 3개 반을 모집해 세대간 소통법을 알려주고 거리감을 좁히도록 돕는 효도학교가 대표적이다. 공무원들은 효도휴가를 활용해 부모와 여행을 가거나 여가시간을 보낸다.
2023년 서울서베이 결과 마포구는 25개 자치구 가운데 행복지수 1위를 기록했다. 자체 사회조사에서는 10년 뒤에도 마포에 살겠다는 주민이 95.9%로 나왔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공동체 의식이 강화됐고 주민들 역시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세대간 소통과 화합을 촉진하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