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전대 ‘2021년 이준석 효과’ 재연 가능할까
2021년 전대서 ‘30대·0선’ 이준석 당선, 대선 승리 발판 평가
내달 전대 벌써부터 ‘친윤’ ‘반윤’ 대결 조짐 … 자질 논란까지
일부 후보 ‘식상한 얼굴’ … ‘소신 비판’ 김재섭·유승민 불출마
2021년 6월 11일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듬해 대선에서 ‘정권 탈환’이란 막중한 임무를 달성해야 할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였던 만큼 당원과 보수층의 관심이 컸다.
5선 중진(주호영·조경태)부터 4선(나경원·홍문표), 3선(윤영석), 초선(김은혜·김 웅) 의원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졌다. 원외인 이준석까지 ‘정권 탈환’의 주역이 되기를 자처했다. 결과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헌정사상 첫 ‘30대·원외’ 대표가 탄생했다. 50~60대 중진의원이 차지하던 대표 자리에 ‘30대·원외’가 오른 건 당원·보수층뿐 아니라 20·30대와 중도층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한 ‘대사건’이었다. ‘이준석 대표’로 상징되는 국민의힘의 변화는 이후 대선 승리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21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좀처럼 반전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변화와 쇄신 목소리는 찾기 어렵고, 야당에 주도권을 뺏긴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벌써부터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는 내달 전당대회가 2021년 전당대회를 닮기를 바라면서 ‘어게인 2021’을 외치지만,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일단 경쟁 구도가 “2021년과 달리 구태의연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계파 대결 구도가 예고된 것. 대표를 놓고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이 겨룰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윤상현 의원은 비윤으로 분류된다. 원희룡 전 의원은 친윤으로 꼽힌다. 원 전 의원은 21일 출마선언을 하면서 “당과 정부가 한마음 한뜻으로…”라는 표현을 내세웠다. 친윤에서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반윤으로 규정한다. 결국 ‘친윤 대 비윤 대 반윤’ 대결 구도가 된 것.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에 떠밀린 친윤에서는 1차 투표에서 한 전 위원장의 과반 득표를 저지한 뒤 결선 투표에서 표를 몰아줘 이기는 전략을 고심하는 눈치다. 당이 변화와 쇄신을 놓고 경쟁하는 대신 또다시 “내 편” “네 편”을 따지며 싸우게 생긴 것이다.
후보들의 자질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말 정치권에 입문했다. 총선까지 넉 달 정도 ‘정치’를 경험했다. 이준석 대표는 젊기는 했지만 2011년 비대위원에 취임한 뒤 10년 넘게 정치권에서 경험을 쌓았다. 친윤과 경쟁자들은 한 전 위원장의 ‘경험 부족’ ‘검증되지 않은 리더십’을 공격해 당원들의 불안감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나 의원은 21일 매일신문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4선 이상들은 거의 전부가 한동훈 위원장이 당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것을 굉장히 걱정했다”고 지적했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은 정치 경험은 풍부하지만, ‘신선함’ ‘새로움’을 찾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나 의원과 윤 의원은 5선이다. 원 전 의원은 3선과 제주지사 재선을 거쳤다. 나 의원은 2010년과 2011년, 2021년에 이어 전당대회만 네 번째 도전이다. 윤 의원도 지난해 전당대회에 출마했다가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다. 원 전 의원은 2004년과 2011년 전당대회에 출마한 경험이 있다.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인 셈이다. 원 전 의원은 이명박정권 시절 치러진 2011년 전당대회에서 주류 친이(이명박)의 지원을 업고 출마했지만 4위에 그쳤다. 내달 전당대회에도 ‘친윤 후보’로 나서는 상황이 묘하게 오버랩 된다.
김재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전당대회에 대한 기대를 꺾는 대목으로 꼽힌다. 30대인데다 험지인 서울 도봉갑에서 당선된 뒤 “제 정치적 소임은 친윤이라는 이름으로 당을 망쳐놓은 사람들을 개혁하는 것”이라는 ‘소신 발언’으로 주목을 받은 김 의원은 출마를 고심하다가 포기했다. 윤 대통령을 향한 ‘소신 비판’을 쏟아냈던 유승민 전 의원도 21일 출마를 포기했다.
결국 여권이 ‘어게인 2021’을 바라지만,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둔 당 안팎의 상황은 ‘어게인 2021’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다만 당권주자들이 지금이라도 친윤이냐 반윤이냐를 놓고 싸울 게 아니라 보수정당의 변화와 쇄신을 놓고 경쟁에 나선다면 이준석 대표를 배출했던 2021년 전당대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바람도 여전하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