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지속가능 도시 만들기 위한 핵심가치들
경제성장 시기에 지역마다 거점역할을 했던 도시들이 인구감소 경제침체 환경훼손 등 갖가지 문제에 직면하면서 도시를 보다 지속가능하게 만들고자 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정부는 5년간 50조원의 공공재원을 들여 쇠퇴도시를 회생시키려 했고, 현 정부는 재정지원을 줄이는 대신 규제완화와 민간자본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도시재생 정책, 수단은 무성하나 가치는 제한적
지난 정부가 추진한 도시재생뉴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전통적 도시계획이 관주도의 물리적 개발에 치중했던 데 반해 시민들이 직접 도시만들기에 참여하도록 했고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내놓았다. 그러나 도시발전의 근간인 도로 철도 등 기반시설의 구조개혁은 뒷전으로 하고 인기영합식 예산뿌리기, 벽화그리기, 시민단체 편중지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집값 폭등으로 인해 주택의 개량과 공급에 소홀했다는 지탄까지 떠안았다.
지난 정부와는 달리 현 정부는 규제완화를 통해 도시재정비, 도로·철도 지하화, 기회특구 같은 굵직굵직한 사업을 민자를 기반으로 추진함으로써 도시경제 활성화 및 주택공급확대 등의 정책목표를 달성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개발이익이 기대되는 대도시처럼 수요가 있는 지역에 한해 유효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금리나 투자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민간투자는 장기적으로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 정부가 사회적 가치 내지 시민참여를 강조했다면, 현 정부는 민간부문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기반으로 한 경제적 가치를 강조하는 듯 하다. 그러나 시민들이 어울려 일상생활을 향유하는 공간인 도시는 문제해결에 있어 진영 간의 구분짓기 경쟁보다 더 중요한 복합적 가치를 안고 있다. 국제기구나 선진국의 예에 비추어 볼 때 도시정책에 있어 유념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짚어보는 것이 의미를 더하는 이유다.
첫째, 2016년 유엔 해피타트(UN-Habitat)는 ‘모두를 위한 도시’를 주제로 향후 20년간의 새로운 도시어젠다를 채택하면서, 특히 도시정책에서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성과 다양한 계층의 참여확대를 권고한 바 있다. 도시문제 해결에 있어 얼어붙은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심화되는 불평등 해소가 중요하다는 의미로 보인다.
둘째, 도시는 전통산업과 신산업, 하이테크와 로우테크가 공존하는 복합적 경제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80% 이상의 부가 창출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양한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도와주고 일하는 문화도 조성해줘야 지속가능해진다.
셋째, 심각한 기후변화와 초미세먼지가 시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지구 표면의 3%를 차지하는 도시지역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60%를 차지한다고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적응하기 위해 도시전체를 새로운 모듈로 재구성해야 하고, 시민들의 행동변화도 필요하다.
넷째, 도시에서의 삶에 있어 시간의 연속성을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이어받아 살고 있는 도시공간은 미래세대에게도 유산이다. 문화유산은 도시의 정체성이자 매력의 원천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보전을 위한 부담을 공유해야 한다. 문화유산의 보전을 둘러싼 갈등을 균형감 있고 슬기롭게 해결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가치임을 자각해야 한다.
도시문제 해결해나가는 리더십과 시민의식 필요
인구이동이 잦아들면서 이제 도시는 만드는 단계에서 만든 도시를 고쳐나가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를 고치는 일은 다양한 가치와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므로 새로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고 사회적 역량도 커졌으므로 성숙한 가치인식을 가지고 도시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리더십과 시민의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