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칼럼

‘죄수의 딜레마’와 기후행동

2024-06-24 13:00:01 게재

게임이론(game theory)은 경제학 생물학 정치학 컴퓨터과학 등 많은 분야에 활용되는 응용수학의 한 분야로서 사회와 자연에서 다수의 의사결정 주체가 서로 효용극대화를 위한 전략을 게임으로 보고 참가자들의 행동분석과 최적의 해법 모색에 유용하게 사용된다. 가장 간단한 상황은 상호의존적이고 합리적(이기적)인 두 참가자 중 한사람의 이익이 다른 사람의 손실이 되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상호작용을 고려해 다자간의 복잡한 상황을 고려한 게임과 그 최적 해법 등에 관한 이론으로 진화하고 있다.

게임이론에서 흥미로운 상황이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다. 두명의 죄수가 서로 소통과 협력없이 범죄를 자백 또는 부인하는지에 따라 각자의 형량이 달라지는 경우 개인의 최적 선택은 무엇일까? 둘 다 자백하지 않는 경우 둘 다 최소형을 받고 한 사람이 자백하고 다른 사람이 부인하면 자백한 죄수는 석방되고 부인한 죄수는 최대형을 받는다.

물론 둘 다 자백하게 되면 둘 다 중간형을 받을 것이다. 내가 자백하고 내 공범이 자백하지 않으면 최선이겠지만 공범의 선택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딜레마에 빠진다. 이 상황에서 각자가 자백을 하는 것이 최적이며 더 이상 다른 선택을 할 유인이 없기 때문에 균형상태가 되는데 이것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수학자 존내쉬의 이름을 따 ‘내쉬균형(Nash Equilibrium)’이라고 한다.

모두가 패자가 될 반기후행동

현재 글로벌 사회에서 기후금융 또는 기후전략의 퇴행현상이 죄수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기후변화에 인류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미래에 기업들이 겪을 위험과 손실은 엄청날 것임을 모두 알고 있다.

최근 탄소배출의 사회적 비용을 계산한 논문들을 종합해 보면 해가 갈수록 그 금액이 급증한다. 즉 기후변화로 인한 기업의 부담을 현재는 어떻게 피하더라도 미래에는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오히려 기후변화, 플라스틱 해양오염, 생물다양성 훼손 등의 환경 이슈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고 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의 기후변화 정책은 퇴보하고 있다.

최근 영국의 세계적인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의 CEO 하인 슈마커(Hein Schumacher)가 기존의 플라스틱 정책 목표를 하향조정했다. 2025년까지 새플라스틱(virgin plastic) 사용 50% 감소에서 2026년까지 30%로 수정했으며,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를 100% 재사용, 재활용 또는 퇴비화가능한 플라스틱 포장재로 전환하려던 계획을 재료에 따라서 2030~2035년으로 연기했다. 그 외에도 2030년까지 150만 헥타의 토지, 숲, 해양의 보호 또는 복원 계획을 100만 헥타의 생태계 보호 또는 복원으로 변경하는 등 환경 및 사회적 목표를 하향수정했다.

한편 JP모건, 스테이트스트릿, 핌코 등 세계적 자산운용사들이 대기업들의 기후대응 촉진을 위해 자발적으로 만든 클라이밋 액션 100+에서 탈퇴했다. 미국 공화당과 보수 집단이 “깨어 있는 자본주의(woke capitalism)가 기업 경쟁력을 저해한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에 비해 화석연료 프로젝트 투자가 수익성이 높다는 현실이 이들의 반기후행동을 가속화했다. 블랙록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Bank of America)도 화석연료 투자 감축이나 재생에너지 투자 프로젝트를 축소하고 있다.

이런 반기후행동은 기업들 입장에서 합리적이지만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인류 공동의 목표인 넷제로 달성을 위해 거액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다른 기업의 투자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의 혜택을 누리고 자신은 투자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정부는 국가간 협력에 참여하지 않고 기업도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공동의 혜택을 누리는 무임승차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죄수의 딜레마에 부딪힌다. 다른 기업이나 국가도 같은 생각을 한다면 기후변화 위기는 심화되고 결국 모든 기업이 패자(loser)가 된다.

행동하는 소비자와 유권자가 중요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첫째, 국제 협력과 국가별 강력한 규제로 비행동(inaction)의 페널티를 훨씬 크게 할 수 있으나 현재 국제 정세에서 글로벌 리더십 부재와 지국중심주의적 행동으로 낙관적이지 않다.

둘째, 기후변화 위기의 심화로부터 받게 될 부정적 재무적 영향이 훨씬 더 커지면 경우의 수에 따른 손익(pay-off)이 달라진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해 이미 너무 늦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이 비행동에 대해 현재 감당하기 어려운 압력과 손실을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소비자가 기업의 환경노력과 사회성과 개선 노력을 평가해 제품 구매와 가격(프리미엄)을 결정한다면 새로운 내쉬균형을 만들어 효과적인 기후변화 공동대응이 가능할 수 있다. 항상 결론은 행동하는 소비자와 유권자의 중요성이다.

김종대 SDG연구소 소장 인하대학교 ESG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