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시 생각하는 ‘내일’의 가치와 의미

2024-06-24 13:00:01 게재

요즘 새삼 ‘내일’이라는 단어를 많이 생각하게 된다. 어제보다 내일을 더 고민해야 할 우리의 오늘에 꼭 필요한 문제인식을 담은 핵심가치라고 보기 때문이다. 미력한 공무원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내일’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보고자 한다.

지난 10년간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역할을 해온 필자는 어떤 공무원보다 주민의 목소리와 현실에 나의 삶과 역할을 일체화해 이웃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오늘의 어려움을 해결할 내일의 희망과 계획은 국가와 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책임진 정치 지도자를 포함해 정부 언론 연구기관 등에 위임하며 서로의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사회의 기본원리라 할 수 있다.

이 원리의 오작동과 내일에 침묵하는 현실을 만날 때마다 우리의 내일이 사라지고 있다는 두려움을 자주 경험하는 요즘이다. 언제부터인가 유행어처럼 등장한 ‘지속가능한’이라는 예보는 물론 ‘인구소멸’ ‘지방소멸’, 급기야 ‘국가소멸’이라는 위기경보까지 등장한 우리 사회에서 내일의 위기와 소멸의 경고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여론조사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분노가 가득한 국민 정서는 대부분 내일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에서 시작된 것이다.

인구·지방소멸 위기경보에 두려움

희미해지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 그것을 증폭시키고 정치적 또는 금전적 이익으로 독점하려는 의도들은 알고리즘과의 교묘한 합작을 통해 사악한 꽃을 피우며 국민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어제에 매몰되어 내일의 희망을 노래할 수 없는 지도층과 어제의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내일에 대한 두려움에 갇혀 지내는 패배적 태도를 극복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성장의 대한민국을 맞이하기 어렵다는 소신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지난 4.10 총선의 기억 중에서 내일에 대한 희망과 계획은 얼마나 남아 있었는지 돌아보자. ‘서울의 봄’과 ‘건국전쟁’으로 양분된 과거 논쟁은 당시 뜨거웠지만 지금도 생산적인 삶의 힘으로 남아 있는가? 이는 피와 땀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현실정치의 도구로 전락시켜 역사를 독점하고 사유화하려는 경박한 태도에 지나지 않는다.

후보나 유권자 모두가 어제에 매몰되어 소중한 한표를 공동체의 이익과 내일의 희망에 쓰기보다 상대를 해하려는 노골적 의도에 보탬으로써 더 소중한 내일을 낭비한 결과가 아닌지 반성할 대목이다.

어느 조직이라도 지도자에게 최우선으로 요구하는 덕목은 대열의 맨 앞에서 ‘내일’의 깃발을 세우는 것이지, 어제의 잘잘못과 시시비비만을 반복하는 리더에게 진심 어린 존경과 응원을 보내지는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은 세계 어떤 나라의 국민보다 더 치열한 오늘을 살아간다. 누구보다 성실한 국민에게 어울릴 만한 내일을 선물하는 지도자의 품격과 자세를 요구하는 것도 국민의 의무이기에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지 못할 정치라면, 내일에 대한 꿈이라도 기대하고 요구해야 한다.

어제의 과오 지적보다 내일의 희망을

지금 대한민국은 독립한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자주적인 내일, 전쟁의 폐허를 딛고 가난을 극복한 번영된 내일, 시민 모두가 자유와 권리를 누리는 민주적인 내일을 꿈꾸며 치열하게 내일을 미리 살았던 역동적인 나라에서 이제 내일의 가치보다 어제의 과오를 ‘지적질’하기 바쁜 나라로 전락해 가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하루빨리 내일의 의미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일신문’ 지면의 한 귀퉁이에 새겨본다.

배광식 대구 북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