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주 ‘의정 갈등’ 해결 기로에 서
의료계와 정부 물밑 접촉 활발 … 환자단체 “사태해결 안돼 대규모 집회”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휴진 중단과 주말에 의정간 물밑 접촉이 이어지면서 사태해결을 위한 의정간 대화 기대가 높아졌다. 주중 의정간 협의체 구성도 이뤄질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의제 선정부터 쉽지 않고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처분도 남아 있어 갈길이 멀다. 환자단체는 집단사직과 휴진으로 환자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며 다음달 4일 초유의 환자들의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24일 의료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향후 2주가 의정갈등이 장기화 될 것인지 봉합의 길로 갈 것인지 기로에 서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전공의 처분에 대한 선택이 남아 있다. 정부는 4일 복귀 전공의에게는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중단’ 등 유화책을 발표하면서 “6월 말 진행 상황을 중간 점검하고 필요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6월 말 상황을 본 뒤 7월 초 어떤 처분을 할지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전공의 미복귀는 의정갈등 해결의 핵심사안 중 하나다. 정부는 의사단체들이 요구하는 전공의 행정처분을 ‘취소’하고 없던 일로 하기 어렵다. 각종 명령을 스스로 부정하게 되고 전공의들이 ‘피해’ 소송을 걸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료개혁 추진 과정에서 정부 주도성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배경이 있다. 다만 “여론과 비상진료체계 상황을 고려하겠다”고 덧붙인 만큼 또 다른 유화책이 나올 수도 있다.
그동안 강경 일변도로 나섰던 의료계 내부가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휴진 중단으로 대화분위기가 높아졌다. 서울대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1일 휴진 중단 사실을 알리면서 “휴진 결의 이후 정부는 전공의 처분 움직임을 멈추는 등 유화적인 태도 변화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집단 휴진을 예고한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과 논의 중인 강남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에 휴진 철회 분위기가 전해지면 전체적인 대화분위기가 확산될 수도 있다.
또 의협은 교수 전공의 시도의사회 대표 3인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동안 정부가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던 ‘의료계의 공통된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고 정부도 의료계가 합의된 안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26일부터 예정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진행되는 청문회 등도 의료계의 대화 참여를 촉진시키고 있다. 야당 주도로 열리는 복지위는 의대증원 과정 등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차관 등을 불러 구체적인 질의와 의료공백 등 사태 해결에 대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의대교수들은 이런 복지위 활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 복지위 활동에서 일정정도 성과가 나오면 휴진 등 강경한 집단행동들이 잦아들 수 있다.
넉달만에 커져가는 대화 분위기에도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은 여전히 적어 사태 해결에 부정적인 면을 보인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료계 범대위에 불참 의사를 밝혔고 첫 회의에도 불참했다.
아직 의료공백 사태가 계속되고 대형병원들과 의협이 휴진 등을 계속 논의하자 환자단체 등이 길거리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는 7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다른 환자단체들과 함께 환자와 보호자 1000명이 참여하는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 환자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환자단체가 대규모로 집회를 여는 것은 이전에는 한 번도 없었다. 의료계와 정부가 환자들의 말을 듣지 않는 상황에서 아픈 몸을 이끌고 땡볕으로 나와서라도 직접 국민들을 향해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월말까지 진료 정상화가 안 되면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환자를 외면하고 파업(휴진)에 동참한 병의원 명단 공개와 이용 거부 불매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 병원장은 “모처럼 찾아온 대화분위기를 잘 살려 환자들을 살리고 의료개혁을 함께 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