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 지정기부제 모금액 ‘저조’
11개 사업 중 절반 목표액 1% 미만
전체모금액 지난해 대비 16% 줄어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도 정착에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지난 4일부터 도입한 지정기부 제도는 대상 사업의 절반 이상이 모금 목표액의 1%도 채우지 못했다.
24일 고향사랑기부 공식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23일까지 20일간 모금한 지정기부액은 3억2500여만원에 불과하다. 우선 시행 초기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참여 지자체가 적다. 243개 지자체 가운데 8곳만 지정기부 사업을 제출했다. 모금실적도 기대 이하다. 8개 지자체가 제안한 11개 지정기부 사업의 총 모금 목표액 47억원인데, 절반 이상이 목표액의 1%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충남 청양군이 모금 중인 ‘정산 초·중고 탁구부 훈련용품 및 대회출전비 지원사업’이 인기다. 지금까지 모금액은 1435만원으로 목표액(5000만원)의 28.7%를 기록했다. 그 뒤를 서울 은평구의 ‘소아 암환자 의료용 가발 지원사업’이 잇고 있다. 모금액은 목표액은 2000만원, 모금액은 249만7300원(12.48%)이다. 지정기부 모금액이 가장 많은 청양군의 경우 지금까지 52명이 기부에 참여했는데 이 중 500만원 고액기부가 2건 있다.
지난해 민간플랫폼 위기브를 통해 지정기부를 시도했던 광주 동구와 전남 영암군 성과와도 큰 차이가 난다. 광주 동구는 지난해 전국에서 8180명의 기부자들이 동참해 총 9억2600만원을 모금했다. 이 가운데 위기브를 통해 6개월 남짓한 기간 모금한 금액이 6억3600만원이다. 공식 온라인플랫폼 고향사랑e음을 통해 모금한 2억8900만원의 2배가 넘는다.
광주 동구는 발달장애 청소년 E.T 야구단 지원과 광주극장 시설개선 지원사업을 내걸고 지정기부를 받았다. 전남 영암군 역시 공공산후조리원 의료기기 구입비용 마련을 위해 모금을 진행했는데 12월에만 7억원 이상을 모금하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총 12억3600만원을 모금했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을 지정기부를 활용해 모금한 것이다. 또한 7월 모금액 7억3000만원 중 3억9000만원을 위기브를 통해 3억4000만원을 고향사랑e음을 통해 모금했다. 민간플랫폼 활용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지정기부뿐 아니라 고향사랑기부금 전체 모금실적도 저조하긴 마찬가지다. 제도 시행 2년차를 맞이했지만 모금액과 모음건수는 첫해인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 올해 5월까지 전국 지자체의 총 모금액은 172억243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모금액(206억5068만9000원)보다 16.6% 감소했다. 건수도 13만7524건에서 12만6622건으로 7.9% 줄었다.
모금액 감소폭이 가장 큰 지자체는 대구로 2억6648만4000원에서 1억6293만8000원으로 38.9% 줄었다. 이어 강원도가 25.7%, 경북이 25.1%, 충남이 23.8%, 충북이 23.1% 줄었다. 반면에 울산·세종·인천·광주 등은 지난해와 비교해 모금액이 늘었다.
행정안전부와 지자체들이 좀 더 전향적인 제도 운용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향사랑기부제가 고향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지정기부 활성화, 대국민 홍보 강화, 세액 공제 비율 확대 등 참여를 독려하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8년부터 우리와 비슷한 고향납세 제도를 시행해온 일본은 한해 모금액 1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찌감치 지정기부제를 도입했고, 지자체에 제도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해준 결과다. 또한 재난구호와 같은 시의성이 중요한 모금도 보편화되어 있다.
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선필 목원대 교수는 “모금의 주체이자 그 돈을 직접 사용할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민간플랫폼을 통한 지정기부제도 운영은 고향사랑기부제도 활성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