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윤심’ 논란 불거지나…1년 전 ‘최악 전당대회’ 되풀이 우려
지난해 ‘윤심’, 김기현 밀고 나경원 막고 안철수 공격
올해 친윤, 원희룡 ‘지원’ 나경원 ‘연합’ 한동훈 ‘맹공’
용산 대통령실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엄정중립’을 강조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3일 “대통령실은 당원과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고만 말했다. 이틀 전에는 “전대에 출마하는 어떤 후보들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똑같은 대우를 할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른 참모도 “지난해와 같은 ‘윤심’은 없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3.8 전당대회에서 ‘윤심’이 작용했다는 논란 끝에 탄생한 ‘김기현 체제’가 1년도 안 돼 무너지는 실패를 맛보았는데 이번에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겠냐는 논리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윤심’은 진짜 없는 것일까. 24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해보면 ‘윤심’은 분명 존재한다.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에 호의적이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는 적대적이다. ‘윤심’이 모든 후보에게 ‘똑같다’는 건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우선 친윤이 원 전 장관을 중심으로 급속히 결집하고 있다. ‘윤심=원희룡’으로 읽은 것이다. 원 전 장관은 윤 대통령 대선 캠프와 인수위, 내각을 거친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힌다. 서울대 법대와 검사 후배이기도 하다. 원 전 장관은 전당대회 출마 결정을 내리기 하루 전 윤 대통령과 독대했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친윤 핵심인사는 23일 “원 전 장관이 진정한 친윤 아니겠냐”며 “(원 전 장관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만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 전 장관도 스스로 친윤임을 강조하고 있다. 원 전 장관은 23일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책임지겠다. 신뢰가 있어야 당정관계를 바로세울 수 있다”며 “저는 대통령과 신뢰가 있다”고 밝혔다.
친윤이 원 전 장관 중심으로 결집하는 건 지난해 3.8 전당대회에서 친윤이 김기현 의원을 지원하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당내 절대다수를 차지하던 친윤은 김 의원을 지원했고 불리하던 판세를 뒤집었다.
친윤은 나경원 의원에 대해서는 ‘비윤’ 정도로 보는 분위기다. 내 편도, 네 편도 아니라는 것이다. 나 의원 스스로도 23일 “저는 계파도 없고, 앙금도 없다. 줄 세우는 정치, 줄 서는 정치, 제 사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각 세울 것도, 눈치 볼 것도 없다. 그런 제가 진심으로 윤석열정부를 성공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무계파’를 강조했지만, 윤 대통령과 친윤을 의식해 ‘윤석열정부 성공’을 언급했다는 해석이다. 친윤은 나 의원을 힘을 합쳐야할 대상으로 보는 분위기다. ‘어대한’을 막기 위해 원 전 장관과 나 의원이 힘을 합치는 연합 구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친윤이 나 의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지난해와 비슷하다. 친윤은 지난해 김기현 의원을 밀면서 연판장까지 돌려 나 의원의 출마를 저지했다. 나 의원 출마가 김 의원의 승리에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친윤에서는 나 의원이 원 전 장관의 승리에 힘을 보태주길 바라는 눈치다.
친윤에서는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강렬한 적개심이 감지된다. 윤 대통령을 배신한 ‘적’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한 전 위원장이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했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한 전 위원장측은 지난 19일 한 전 위원장과 윤 대통령이 통화를 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반윤’ 이미지를 희석시키려 나섰지만 친윤에서는 “윤 대통령의 식사 제안도 거절해놓고 이제와서 전화 한통으로 친윤 행세를 하려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전당대회를 앞두고 안철수 의원이 ‘윤안연대(윤석열-안철수)’를 내세웠다가 대통령실로부터 “대통령과 후보가 동격이냐”며 핀잔을 들었던장면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4.10 총선 참패 뒤 실시되는 전당대회가 1년 전 ‘최악의 전당대회’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안철수 의원은 24일 “(전당대회를 통해) 파괴적인 계파 갈등이나 줄 세우기가 아니라 정책과 미래비전을 중심으로 우리 당을 재건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후보들에게 공개 질의를 하기도 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