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24일 대표직 사퇴…민주당 대표 연임 공식화
“전당대회, 새로운 미래 계기 돼야” … ‘독주’ 비판 극복 과제로
원 구성 협상 막판까지 진통 … 여당, 상임위 7개 배분 수용할 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민주당 대표직을 사임했다. 8월 전당대회 대표 출마를 위한 사전 행보로 해석되면서 연임 도전 공식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22대 총선을 계기로 민주당내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후 차기 대선 도전을 위한 ‘이재명 체제’의 마지막 단추를 채우는 셈이다. 원내에서는 국회 18개 전 상임위원장 모두를 민주당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은 24일 22대 국회 상반기 원 구성 협상이 최종결렬됐다고 밝혔다. 조속한 시일 안에 원 구성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170석의 압도적 의석을 바탕으로 원내·외에서 이 대표의 장악력이 극대화 된다는 의미다. 당과 국회에서 ‘독주 프레임’이 작동할 공산도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이재명 대표는 24일 민주당 최고위 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고위원회를 마지막으로 민주당의 당 대표직을 사임하게 됐다”면서 “민주당과 이재명은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대표 연임 도전과 관련해선 “당이 자유롭게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상황을 만들어주기 위해 사퇴하고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면서도 “출마하지 않는다면 (대표) 사퇴를 확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직에서 물러나 차기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의례적인 당원축제가 아니라 희망을 잃어버린 국민들께 희망을 만들고 새로운 미래는 여는 중요한 모멘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8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 하면서 민주당내 친이재명계 장악력을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대표 선출과 관련해선 당내 관계자들은 “상대가 없기 때문에 더욱 힘든 선거”라고 입을 모은다. 이 대표의 재당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최고위원 등 새 진용도 친명계 인사들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2026년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권한을 갖고 있는 시도당 위원장도 이 대표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민주당 내 이 대표 핵심지지인사들이 포진한 더민주혁신회의 소속 인사들은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 대개혁, 대혁신’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시도당 위원장 선출에서 권리당원의 비중을 높였다.
예고된 상황이지만 역대 보기 힘든 권한집중은 이 대표의 정치행보에 당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에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대표 관련 재판이 4개가 진행되고 있어 사법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불거졌고, 민주당은 수사검사 탄핵소추 등 강경책으로 맞서고 있다. 당 전체가 이 대표 호위 활동에 나서면서 여당으로부터 ‘이 대표의 로펌이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1 야당의 리더십이 이 대표 1인체제로 재구성되는 것과 더불어 국회 원 구성도 민주당 독주체제로 운영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최고위에서 “원 구성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면서 “국회의장이 제시한 마지막 기한이 끝나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국민의힘은 국회법을 지킬 생각이나 의지가 없고, 일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면서 “원 구성을 마무리 짓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25일 본회의를 열어 남은 7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하는 절차를 밟을 계획인데 국민의힘의 입장에 따라 배분 계획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11대 7이라는 배분 원칙을 지킨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협상을 벌여왔는데 국민의힘이 이를 거부하면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할 일 하라는 국민명령을 수행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합법적으로 구성된 11개 상임위원를 다시 뒤집으려 하고 짝퉁 상임위원회로 상임위 활동을 방해한 것도 국민의힘”이라며 “억지 그만부리고 즉시 국회로 복귀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거부로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하는 방안을 포함해 25일까지는 원 구성을 마무리 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합의 처리를 위한 여당과의 협상과 논의를 거친 만큼 더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공을 넘겨 받은 국민의힘은 마지막 선택에 들어갔다. 7개 상임위원장을 받아 바로 국회 일정에 동참하게 되면 여당으로서 국회에 참여해 국정운영의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소수 여당의 무력감과 한계를 절감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민주당에게 넘기는 경우에는 1당 독주에 동참하지 않는 명분이 있지만 그나마 해당 상임위에서 가질 수 있었던 주도권을 모두 넘겨주게 된다는 점에서 실리는 잃게 된다. 국민의힘 원내관계자는 24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받자는 의견, 받지 말자는 의견이 정말 딱 반반으로 갈려 있다”면서도 “결정을 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오늘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원구성 관련 마지막 결단을 낼 것”이라면서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국민의 뜻만을 생각하며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법대로는 이재명 대표의 맘대로, 우원식 국회의장의 법대로는 민주당 맘대로를 뜻한다”면서 “22대 전반기 국회 원구성은 거대 야당과 국회의장의 협력 하에 국회의 협의 합의 전통이 철저히 유린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원 후배들이 오늘을 치욕스럽게 생각할 날이, 민주당이 땅을 치며 후회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4월 총선 이후 대치국면을 이어온 여야의 강대강 대결구도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민주당이 7월 중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사위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상임위에서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민주당 독주-여당의 국정 방기 등의 여야간 프레임 공세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명환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