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박사급 활용 부진한 일본의 고민
디지털 혁신이 거의 모든 산업에 파급되면서 기존 지식근로자의 업무가 점차 인공지능(AI)에 의해 대체되는 한편, 미국 빅테크기업은 박사학위 소지자의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 AI와 협업하면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하고 선구자의 ‘승자 독식’경향에 대응하려면 보다 고도의 지식근로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를 고려해 일본 경제계도 박사급 인력의 채용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일본 경제계 AI발 혁신 파급에 박사급 인력 확대 촉구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단체인 경단련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일본 대기업의 경우도 박사학위 소지자의 채용 실적이 없는 데가 20% 정도가 된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사급 인력 활용에 주력할 것을 건의했다. 경단련은 일본 기업에게 자사가 바라는 전문성과 인재상을 제시하고 직무를 명확하게 한 직무급제에 의한 채용, 수시 채용을 통해서 다양한 인재 확보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또한 정부나 대학에는 산업계에서 이노베이션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늘리기 위한 대학원 교육의 개혁, 박사과정 학생의 경제적 지원 확대 정책을 요구했다.
물론 일본기업의 경우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하면서 신제품 신서비스의 개발에 나서고 박사급 인재를 유연하게 활용하려고 해도 각종 시도가 실패할 경우 미국기업처럼 전문 인재를 쉽게 해고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따라 일본기업들은 경영전략과 연구개발전략의 일체성을 높여서 이노베이션에 주력하는 데에 주저하게 된다. 또한 일본기업은 강점 분야의 현장 지식, 노하우를 꾸준히 개선하는 현장 제조 경쟁력에 강점이 있어서 연구소 주도로 개발한 신기술로 현장을 바꾸기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 박사급 인재도 활용하면서 이노베이션에 성공하고 있는 일본기업의 사례가 향후 참고가 될 것이다. 적지 않은 일본기업은 자사 기술의 강점을 연속적으로 심화시키는 한편 새로운 기술 트렌드나 고객의 변화에 맞게 자사의 여러 기술과 외부기술 등을 융합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 방향을 개척하는 데 주력해서 성과를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면 후지필름은 사진 필름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화학기술로 의료 관련 분야를 개척한 다음, 이를 다시 AI 등 IT기술과 융합해 새로운 검진 서비스 사업을 개척 중에 있다.
또한 일본 대기업은 새로운 기술혁신을 위해 대학, 스타트업 등과 협력을 통한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신기술에 도전하는 중이다. 일본기업은 자사의 사업 관련 기술에 관해서는 자체 연구소가 가장 우수하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벗어나 스타트업, 대학과의 공동연구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스윙 바이 아이피오(Swing by IPO)라는 기법도 활용하고 있다. 이는 케이디디아이가 AI 스타트업인 ERYZA를 매수할 때 선보인 협력 형태로 스타트업 기업을 합병하면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성과가 나온 후에도 해당 스타트업 기업의 독립과 IPO를 허락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으로서는 대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해서 충분히 성장한 후에 주식을 상장할 수 있고 대기업으로서도 신기술에 유연하게 도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우리도 박사급 일자리 늘리고 유연한 근무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해야
우리의 경우도 일본과 같은 박사급 인재의 취업난과 대학원 기피 경향이 앞으로 획기적인 이노베이션을 어렵게 할 우려도 있다. 기술융합, 오픈이노베이션, 박사급 전문 인재의 확충, 대학원생 지원책 등이 중요할 것이다.
대학이 기초연구뿐만 아니라 상용화 응용연구도 확충해 시험적 생산 시설 등도 갖추고 박사급 인재의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이들이 대기업 및 중소기업 연구소 대학 등에서 유연하게 겸직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반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