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일차전지 공장화재 ‘22명 사망’ 참사
리튬전지 특성상 물·이산화탄소로 못 꺼
마른모래·팽창질소 준비했지만 무용지물
24일 경기 화성시의 한 일차전지(리튬전지) 제조공장에서 22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 화재참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불이 난지 10분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신속히 대응2단계를 발령하는 등 가용할 수 있는 최대 인력·장비를 동원했지만 물이나 이산화탄소 살포 등 통상적인 방법으로 끌 수 없는 리튬전지 화재특성 때문에 진화에 애를 먹었다. 리튬전지 화재진화에 필요한 마른 모래와 팽창 질소를 준비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불길이 너무 거세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은 이날 오전 10시 31분쯤 공장 북서쪽 2층 완제품 검수동에서 시작됐다. 불은 전지 하나에서 폭발적으로 연소가 되면서 함께 보관하고 있던 다른 배터리로 옮겨 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구조대원들은 오후 3시 10분쯤 불길이 잦아든 뒤 현장에 진입, 건물 2층 작업실에서 불에 타 숨진 실종자들의 주검 21구를 찾아냈다. 앞서 화재 직후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1명 외에는 모두 공장 2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자 중 2명은 한국인이고, 나머지 20명은 외국인 근로자다. 중국 국적 18명, 라오스 국적 1명, 국적미상 1명이다. 부상자는 중상 2명, 경상 6명이다.
소방당국은 불이 난 다음날인 25일 오전 7시쯤 인명구조를 위한 현장 재수색을 실시하고 오전 10시 30분부터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합동감식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포장 작업 중 완제품 리튬전지 한개에서 처음 흰 연기가 발생했고, 15초만에 연기가 작업장을 뒤덮었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불이 난 공장은 리튬전지를 제조해 완제품을 납품하는 업체로, 불이 난 3층짜리 철골구조 건물(연면적 2300여㎡)에는 리튬전지 3만5000여개가 보관돼 있었다. 전지 하나의 크기는 지름 30㎝, 높이 40㎝의 원통 모양이다.
리튬전지는 외부에서 고온 또는 외부의 강한 충격이나 압력이 가해지는 경우 발화 가능성이 높다. 전지 내부에서 분리막이 깨지면 양극과 음극이 직접 접촉하면서 충전된 에너지가 급격히 방출되고, 전해액이 열분해 되면서 인화성 가스가 발생한다. 이 가스가 팽창하면 전해액과 함께 밖으로 누출돼 불이 붙는다.
행정안전부는 화재 발생 2시간여만인 이날 오후 12시 36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상황 관리를 총괄했다. 고용노동부는 중앙·지역 산업재해수습본부와 중앙·지역사고수습본부를 가동하고 사고원인 조사와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경기도와 화성시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유가족 및 피해자 지원에 나섰다.
우선 화성시청 대회의실에 소방 경찰 외국인지원센터 등 유관기관 협조를 위해 통합지원센터를 별도로 설치해 24시간 운영에 들어갔다. 희생자가 안치된 장례식장과 부상자 입원 병원에 경기도·화성시 공무원을 1대 1로 배치해 법률·보험상담 등에 나섰다.
외국인 유가족에게도 전담 직원을 배치해 필요하다면 항공료와 체류비, 통역 서비스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부상자에 대한 생활안정·심리회복 지원과 재난현장 피해복구도 신속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화성시는 서신면 체육관에 합동분향소를 설치·운영한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24일 오후 8시 사고현장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사고수습과 후속대책을 내놨다.
김신일·곽태영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