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이 약점? 한동훈 ‘반윤’ 나경원 ‘무계파’ 원희룡 ‘친윤’

2024-06-25 13:00:11 게재

한, 반윤으로 변화·쇄신 이미지 … 보수층 ‘불안’ 변수

나, 무계파로 보수 분열 걱정 다독여 … “중간에 끼어”

원, “대통령 돕자” 친윤 결집 분위기 … “확장성 한계”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3강으로 꼽히는 당권주자들은 자신의 강점이 동시에 약점으로도 꼽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누가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시키고 약점은 최소화해 대표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자리에 모인 국민의힘 당권주자들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나경원 의원(사진 왼쪽부터),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윤상현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25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해보면 국민의힘 당권 초반 레이스에서는 한동훈 나경원 원희룡이 3강으로 꼽힌다. 윤상현 의원은 선두권을 맹추격 중으로 분석된다.

한 전 비대위원장의 최대 강점은 ‘반윤’ 낙인을 통한 변화와 쇄신 이미지가 꼽힌다. 한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시절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 △이종섭 전 국방장관 출국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거취를 놓고 용산 대통령실과 신경전을 벌였다. 한 전 위원장은 ‘국민 눈높이’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민심은 한 전 위원장 손을 들어줬다. 한 전 위원장이 대통령실과 충돌하면서 ‘반윤’ 낙인이 찍혔지만, ‘반윤’ 낙인은 한 전 위원장에게 변화와 쇄신 이미지를 안겼다. 국정지지도가 바닥권인 윤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는 게 한 전 위원장의 최대 강점이 된 것이다.

하지만 ‘반윤’ 이미지는 한 전 위원장을 위협하는 리스크이기도 하다. 영남권과 보수층, 당원들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과 대척점에 선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불안감과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자칫 보수 분열을 키워 야권에게 어부지리를 안길 수 있다는 우려다. 대통령실과 친윤에서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이면 보수층의 불안감은 판세를 흔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나 의원은 거듭 ‘무계파’를 주장하고 있다. 나 의원은 지난 23일 “저는 계파도 없고, 앙금도 없다. 줄 세우는 정치, 줄 서는 정치, 제 사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24일에는 “하나는 지금 사석에서 (대통령에 대한) 호칭이 이상하다는 보도가 있었고, 한쪽 주자는 또 정말 (당정) 일체를 주장한다”며 “사실 양쪽 주자 다 정말 걱정”이라고 말했다. “친윤도, 반윤도 안 된다”는 지적이다. 나 의원의 ‘무계파’ 주장은 보수 분열을 걱정하고 계파정치를 싫어하는 중도보수층 또는 합리적 보수층의 동조를 얻고 있다. “당이 더 이상의 분열을 막아야 정권재창출로 갈 수 있다”는 나 의원의 주장은 보수진영에서도 설득력 있게 통한다.

다만 친윤(원희룡)과 반윤(한동훈) 주자가 명확히 대치전선을 그은 마당에 ‘무계파 주자’는 위상이 어정쩡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친윤 주자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나 의원이 범주류로 대우받으면서 친윤과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다 받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나 의원이 중간에 낀 꼴이 됐다”고 분석했다. 나 의원 캠프에 의원들의 ‘지원사격’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도 이 같은 처지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뒤늦게 당권 레이스에 뛰어든 원 전 장관은 ‘친윤’ 이미지가 최대 강점이다. 원 전 장관은 거듭 ‘당정일체’를 강조하고 있다. 아직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윤 대통령을 도와서 정권재창출을 해야 한다는 보수층과 당원들의 절박함은 원 전 장관에게는 분명한 경쟁력으로 꼽힌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다수 포진한 친윤 의원들의 지원사격도 기대된다.

다만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바닥권인 사실은 ‘친윤’인 원 전 정관에게는 리스크이기도 하다. 원 전 장관의 확장성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원 전 장관은 이명박정부 4년차인 지난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친이(이명박)’ 대표주자로 출마했다가 4위에 그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30%대 지지율로 윤 대통령보다는 양호한 편이었지만, 당 대표를 만들어낼만큼의 확장성은 없었던 셈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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