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이 약점? 한동훈 ‘반윤’ 나경원 ‘무계파’ 원희룡 ‘친윤’
한, 반윤으로 변화·쇄신 이미지 … 보수층 ‘불안’ 변수
나, 무계파로 보수 분열 걱정 다독여 … “중간에 끼어”
원, “대통령 돕자” 친윤 결집 분위기 … “확장성 한계”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3강으로 꼽히는 당권주자들은 자신의 강점이 동시에 약점으로도 꼽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누가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시키고 약점은 최소화해 대표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해보면 국민의힘 당권 초반 레이스에서는 한동훈 나경원 원희룡이 3강으로 꼽힌다. 윤상현 의원은 선두권을 맹추격 중으로 분석된다.
한 전 비대위원장의 최대 강점은 ‘반윤’ 낙인을 통한 변화와 쇄신 이미지가 꼽힌다. 한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시절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 △이종섭 전 국방장관 출국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거취를 놓고 용산 대통령실과 신경전을 벌였다. 한 전 위원장은 ‘국민 눈높이’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민심은 한 전 위원장 손을 들어줬다. 한 전 위원장이 대통령실과 충돌하면서 ‘반윤’ 낙인이 찍혔지만, ‘반윤’ 낙인은 한 전 위원장에게 변화와 쇄신 이미지를 안겼다. 국정지지도가 바닥권인 윤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는 게 한 전 위원장의 최대 강점이 된 것이다.
하지만 ‘반윤’ 이미지는 한 전 위원장을 위협하는 리스크이기도 하다. 영남권과 보수층, 당원들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과 대척점에 선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불안감과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자칫 보수 분열을 키워 야권에게 어부지리를 안길 수 있다는 우려다. 대통령실과 친윤에서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이면 보수층의 불안감은 판세를 흔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나 의원은 거듭 ‘무계파’를 주장하고 있다. 나 의원은 지난 23일 “저는 계파도 없고, 앙금도 없다. 줄 세우는 정치, 줄 서는 정치, 제 사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24일에는 “하나는 지금 사석에서 (대통령에 대한) 호칭이 이상하다는 보도가 있었고, 한쪽 주자는 또 정말 (당정) 일체를 주장한다”며 “사실 양쪽 주자 다 정말 걱정”이라고 말했다. “친윤도, 반윤도 안 된다”는 지적이다. 나 의원의 ‘무계파’ 주장은 보수 분열을 걱정하고 계파정치를 싫어하는 중도보수층 또는 합리적 보수층의 동조를 얻고 있다. “당이 더 이상의 분열을 막아야 정권재창출로 갈 수 있다”는 나 의원의 주장은 보수진영에서도 설득력 있게 통한다.
다만 친윤(원희룡)과 반윤(한동훈) 주자가 명확히 대치전선을 그은 마당에 ‘무계파 주자’는 위상이 어정쩡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친윤 주자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나 의원이 범주류로 대우받으면서 친윤과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다 받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나 의원이 중간에 낀 꼴이 됐다”고 분석했다. 나 의원 캠프에 의원들의 ‘지원사격’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도 이 같은 처지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뒤늦게 당권 레이스에 뛰어든 원 전 장관은 ‘친윤’ 이미지가 최대 강점이다. 원 전 장관은 거듭 ‘당정일체’를 강조하고 있다. 아직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윤 대통령을 도와서 정권재창출을 해야 한다는 보수층과 당원들의 절박함은 원 전 장관에게는 분명한 경쟁력으로 꼽힌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다수 포진한 친윤 의원들의 지원사격도 기대된다.
다만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바닥권인 사실은 ‘친윤’인 원 전 정관에게는 리스크이기도 하다. 원 전 장관의 확장성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원 전 장관은 이명박정부 4년차인 지난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친이(이명박)’ 대표주자로 출마했다가 4위에 그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30%대 지지율로 윤 대통령보다는 양호한 편이었지만, 당 대표를 만들어낼만큼의 확장성은 없었던 셈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