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서 먼저 신호탄 쏜 K화장품 국내서 '역주행'

2024-06-25 13:00:14 게재

SNS 입소문 타고 K화장품 제2 전성기

해외 인기 업고 국내시장 공략 나서

K화장품 열풍을 이끈 작지만 단단한 소규모 브랜드들이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타며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다. 해외시장을 먼저 공략한 뒤 다시 국내로 진출하는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특히 적극적인 사회관계망(SNS) 홍보·광고를 통해 온라인에서 소문이 확산되며 해외는 물론 국내 소비자 공략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상표로는 스킨1004 조선미녀 마녀공장 코스알엑스 등이 있다. 이들은 우수한 제품력을 바탕으로 제2 K화장품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기존에는 해외수출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국내 매출 비중이 크게 느는 등 이른바 ‘역직구’를 주도하며 K화장품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25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원료주의 스킨케어 브랜드 스킨1004는 2022년 331억원에서 2023년 669억원으로 2배이상 매출을 기록하는 등 세계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대표적 상표다. 대부분 화장품기업이 중국을 공략할 때 미국시장으로 눈길을 돌려 K화장품 신화를 일으킨 주역으로 미국과 동남아를 비롯해 세계 100개국에 진출했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인기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올리브영 가두매장에 정식 입점한 이후 현재까지 1000여개 점포에서 판매되는 등 국내 소비자 접점도 늘려가는 추세다.

매출을 견인한 대표 제품군으로 센텔라아시아티카 성분을 담은 ‘마다가스카르 센텔라 라인’이다. 그중 액체 화장품은 가벼운 사용감과 뛰어난 진정 효과로 큰 인기를 얻으며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스킨1004는 마다가스카르산 병풀추출물을 함유해 예민한 피부 진정과 함께 무너진 피부균형에 도움을 준다. 현재까지 약 780만개 이상 판매량을 기록하며 스킨1004의 효자 제품으로 등극했다.

스킨1004 제품군 사진 스킨1004 제공

스킨1004는 지난해 서울 명동에 대형매장을 열고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 매장은 뉴욕 올브라이트 녹스 미술관 등 다양한 국제 건축물 설계에 참여한 ‘LMTLS’ 설계를 통해 대자연 분위기와 현대적 감각을 반영한 특별한 공간으로 탄생했다. 스킨1004는 이번 매장을 통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고객 유치와 국내 소비자들에게 스킨1004 제품 철학을 공유할 계획이다.

조선미녀 제품이 롯데홈쇼핑에서 완판을 기록했다. 사진 롯데홈쇼핑 제공

조선미녀는 우리나라 전통 한방 원료와 현대 기술을 기반으로 피부 고민에 효과적인 화장품이다. 영어 브랜드명인 ‘뷰티 오브 조선’(Beauty of Joseon)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 데에 이어 지난해 하반기에는 유럽 32개국에 제품 판매를 시작했고 동남아시아 시장으로도 입지를 확대 중이다. 대표 제품인 ‘맑은쌀선크림’은 전통적으로 피부 미용에 사용했던 쌀 추출물을 함유해 촉촉하고 부드러운 제형이 특징이다. 한방과 현대적 성분을 결합한 제품형태가 입소문을 타면서 아마존 블랙프라이데이 자외선 차단제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조선미녀는 올해부터 공식 온라인 판매망을 구축하고 국내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구매 금액에 따라 회원 등급을 나누고 맞춤 혜택을 제공하는 등 고객 친화적 서비스를 선보인다. 현재 80여개 올리브영 매장에 입점한 데에 이어 매장 수를 점차 확대해 국내 입지 강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마녀공장 역시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 비중이 54%가 넘을 정도로 해외 인기가 높은 상표다. 특히 해외 매출에서는 일본이 75.8%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일본 홍보대사로 ‘사카구치 켄타로’를 발탁하고 새로운 광고를 선보이며 일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 제품인 ‘갈락 나이아신 2.0 에센스’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일본 온라인시장 큐텐과 라쿠텐 최고 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신규 제품 출시와 더불어 판매 매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올리브영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29% 증가하는 등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는 분위기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는 지난 2월 출연한 유튜브 예능 ‘네고왕 시즌6’가 57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며 인지도 향상과 더불어 국내 공식몰 가입자 수가 대폭 증가하기도 했다.

코스알엑스는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병원·약국형 화장품 상표다. ‘The RX’가 피부과 전문의와 성분 전문 유명인사(인플루언서)에게 호평 받으며 입소문을 탔다. 최근에는 ‘어드벤스드 스네일 96 뮤신 파워 에센스’가 인기를 끌며 인기상품으로 등극했다. 달팽이점액여과물 96% 함유로 피부 수분 손실방지와 장벽 유지에 도움을 준다. 쫀쫀한 제형과 달리 산뜻한 마무리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3월 미국 코스트코 매장 입점을 시작으로 올 3분기 내 전 매장 75%가량 입점을 확정했다. 순차적으로 멕시코 캐나다 코스트코에도 입점 예정이다.

코스알엑스는 해외 인기를 발판으로 국내 올리브영 매출 순위도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최근에는 높은 해외 인지도를 바탕으로 국내 유통망 강화에 나섰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공략을 비롯한 가두매장 소비자 접점 확대로 매출 증가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등 12개 매장에 전문상담사를 배치하고 제품 소비자시험, 맞춤형 화장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K화장품 전성시대는 짧은동영상(숏폼) 등 사회관계망 영향으로 대기업 주도성장이 아닌 국내 소형 화장품 상표를 중심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며 “사회관계망을 통한 홍보 광고가 용이해진만큼 선 해외진출 후 내수 시장 전략을 취하는 화장품브랜드가 더욱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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