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헤즈볼라 전면전 막기 총력
‘전면전 각오’ 이스라엘에 “확전땐 끔찍한 결과” … 이란 개입 우려 내세워 압박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과 만나 “레바논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북부에 대한 로켓 공격 증가와 긴장 고조에 대해서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APTN 등이 보도했다.
오스틴 장관은 “헤즈볼라의 도발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민을 원치 않은 전쟁으로 끌어들일 것”이라면서 “이 전쟁은 레바논에는 재앙이 될 것이며 무고한 이스라엘 및 레바논 주민에게도 끔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또 다른 전쟁은 쉽게 지역 내 전쟁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중동 지역에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외교가 긴장 확대를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오스틴 장관은 “우리는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 지속적인 평온을 복구하고 이스라엘 및 레바논 국경 양쪽의 민간인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외교적 합의(diplomatic agreement)를 긴급히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갈란트 장관은 “우리는 합의를 이루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으나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준비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해 온도차를 보였다.
미국은 헤즈볼라 측에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에이머스 호크스타인 미국 중동 특사가 지난주 레바논을 방문, 총리와 군 총사령관 등 고위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헤즈볼라 지도자에게 전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무력 충돌이 격화된 건 지난 11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헤즈볼라 최고위급 지휘관이 사망하면서다. 헤즈볼라와의 교전이 격화하자 이스라엘군은 지난 18일 레바논 공격을 위한 작전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3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국경으로부터 멀리 후퇴하는 합의를 위해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면서도 필요하면 전면전을 치를 준비도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가자지구 전쟁이 진행되는 와중에 이스라엘 북부에서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전선이 격화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 이 경우 이란의 지원을 받는 역내 대리세력이 개입해 중동지역 확전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외교적으로 큰 악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동에는 헤즈볼라, 하마스, 예멘 반군인 후티, 이란의 카타이브 헤즈볼라, 시리아 반군 일부 등이 이란의 지원을 받아 ‘저항의 축’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특히 경계하는 지점은 이스라엘-헤즈볼라 확전으로 이란이 전쟁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다. AP통신은 이럴 경우 더 큰 역내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미군 1인자의 경고가 나왔다고 23일 전했다. 아프리카를 방문 중인 찰스 브라운 미군 합참의장은 이날 미국 기자들에게 “헤즈볼라는 전반적인 능력과 로켓 수 등 모든 면에서 하마스보다 월등하다”며 “이란은 헤즈볼라가 상당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헤즈볼라에 더 큰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이 지역 분쟁을 확대시킬 수 있으며, 이스라엘은 남쪽(하마스)뿐 아니라 북쪽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걱정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운 의장은 헤즈볼라의 공격에 대응해 미국이 이스라엘을 방어하는 능력이 지난 4월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쏜 대규모 로켓 및 드론 공격을 대부분 사전에 요격한 것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우리 입장에서 볼 때 레바논과 이스라엘 사이의 짧은 거리로 인해 4월에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그들(이스라엘)을 지원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이어 헤즈볼라와도 전면전을 벌인다면 이란 개입으로 중동 전체의 전쟁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미국도 통제 불능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경고로, 네타냐후 총리의 전면전 불사 방침을 전면 반박한 셈이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