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통신시장의 두 마리 토끼잡기

2024-06-26 13:00:01 게재

지난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스테이지엑스의 주파수 할당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2월 스테이지엑스는 경매에서 4301억원을 제시해 28Ghz 대역 주파수를 할당받았다. 통신 인프라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축해 리얼 5G서비스를 저렴한 요금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파수 할당 신청 당시 약속한 자본금 2050억원을 기한 내에 조달하지 못해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받았다. 정부는 기존 이동통신사가 포기한 28Ghz 주파수를 활용할 신규사업자를 유치하기 위해 정책금융 지원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했으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과기부는 제도 보완 후 사업 능력을 갖춘 새로운 사업자를 재선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 시장확대와 기술진보 선순환 촉진

우리나라 이동통신산업은 2G에서 3G를 거쳐 LTE와 5G까지 글로벌 통신산업을 선도해왔다.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과 사업자의 과감한 투자 및 비즈니스 모델혁신이 어우러져서 가능했다. 아이폰 등 스마트폰 등장이 3G망의 가치를 극대화했고, 유튜브 등 SNS의 확산이 LTE망에서 고객가치를 만들어냈다. 이동통신망의 상업적 성공은 기술 진보와 함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때 가능했다.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면 역량있는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서비스는 고도화된다. 사업자들의 매출과 이익은 커지고 시장은 성장하게 된다. 즉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경쟁을 통한 시장 확대와 기술 진보의 선순환을 촉진시킨다. 반면 와이브로와 같이 우수한 기술도 경쟁 기술과 차별화되지 않거나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으면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혁신적인 기술이라 하더라도 차별화된 고객가치가 제시되지 못하면, 고객의 지갑은 열리지 않는다.

현재 5G 서비스는 속도가 개선된 것을 제외하면 과거 LTE 서비스와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동영상을 다운받는데 조금 더 빠르다고 해서 고객에게 높은 요금을 부담하도록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5G 서비스를 위해 막대한 네트워크 투자를 한 이동통신사들이 투자비 회수를 위해 요금을 올렸지만 오히려 정부와 시민단체로부터 요금 인하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의 영업이익률이 6~8%인 상황에서 요금을 인하할 여력도 크지 않다.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차별화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추구한다. 차별화가 어려운 경우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가격 경쟁에 나서게 된다. 이번 주파수 할당 취소의 표면적 이유는 재무적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신규사업자가 주파수 경매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무리하게 시장에 진입한 데 있다.

그러나 조금 더 들여다보면 정부가 신규사업자 유치를 통해 28Ghz를 활용한 5G 네트워크 진화와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라는 상반되는 정책을 동시에 추구했기 때문이다. 이미 성숙된 통신시장에서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없이 요금을 낮추는 사업전략이 투자자들의 참여를 망설이게 한 것으로 보인다.

요금인하와 망 진화, 두마리 토끼잡기는 목적에 맞는 정책 추진돼야

향후 6G 네트워크 진화를 위해서도 28Ghz 주파수를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개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모험정신을 갖춘 신규사업자들이 혁신적인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또한 차별화된 서비스는 프리미엄 가격으로 제공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반면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서는 알뜰폰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세한 중소사업자가 다수 존재하는 현 시장구조로는 안정적인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

향후 유통이나 금융기관 등 경쟁력 있는 신규사업자가 진입하고 기존 사업자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요금인하와 망 진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목적에 맞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 회계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