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사고예방 정책 오류가 빚은 참사

2024-06-26 13:00:01 게재

경기도 화성의 한 1차전지 제조 공장에서 화재로 인한 참사가 발생됐다. 물론 사고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나 많은 산업재해는 아직 예방 가능한 영역에 있다. 이번 사고도 현장에 적합한 안전한 작업을 했더라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설비의 안전성에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인 작업자가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 훈련하는 것과 안전한 작업 조건과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성과를 알 수 없는 산업안전 정책

이와 같은 사업장의 실행을 정부는 정책과 사업으로 유인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정부 정책과 사업은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참사의 본질은 과거 균형감각을 상실한 여론과 그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미래의 사고예방보다 마녀사냥을 우선한 정부의 대응이 빚은 참사로 판단된다.

필자가 2006년 새로운 산업재해 예방 사업을 개발하는 임무를 맡았을 때의 일이다. 사업 개발에 앞서 기존 재해예방 정책과 사업 중 큰 비중을 두어 집행되어온 ‘안전보건개선계획’ 관련 사업의 성과를 살펴봤다. 당시 안전보건개선계획은 사업 전년도에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고용부에서 개선계획 수립을 명령하고, 안전보건공단에서 사업장 방문 등을 통해 수립된 계획을 확인해 사업장에서 실행하도록 해온 정부의 지원 사업이다.

2004년 사업계획에 대상 사업장 중 사업년도에 재해 발생 사업장수 30% 감소를 성과 목표로 설정했고, 동년 사업결과 78%의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되지 않아 목표 대비 260%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사업결과 보고서에 자체 평가되어 있었다.

엄청난 성과를 낸 사업이므로 사업 설계, 성과 및 부작용 검증, 사업의 안정화 등에 소요되는 상당한 자원을 고려할 때 굳이 새로운 사업 개발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사정으로 과거 십수년간 이 사업은 확대됐고 많은 공적자원을 투입해서 추진되어 왔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당시 사업 물량은 정부의 수행 여력을 고려해 결정되었기에 정부의 선정 기준에는 해당하나, 대상에 들지 못한 많은 유사 사업장이 남아 있어서 개략적인 대조군 개념의 비교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사업은 현재 관련 법규는 그대로 남아 있으나 주요 정책에서 사라졌다.

산업안전감독의 객관적 성과 평가 없어

3000대 이상의 차량을 운영하는 S전자서비스의 2018년 서비스 차량 사고율은 약 65% 에 달했다. 연간 2000건 가량의 교통사고로 인한 엄청난 인적 물적 재해를 감소시키기 위해 50%의 사고 감소를 목표로 차량사고 예방 사업을 착수했다.

객관적 데이터와 현장 관찰을 통한 합리적인 계획으로 노동조합을 포함한 기업내 전 조직의 동참을 끌어냈다. 시속 15Km 이상에서 무선통신 자동 차단, 전체 서비스 차량의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안전운행 규범화, 안전운행 평가와 보상 등을 내용으로 하는 서비스 출동 안전지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구체적인 조치들을 발굴해 이를 기업 내 각 조직의 공조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보완, 작동시켰다.

그 결과 시행 초기 년도 목표달성은 물론, 2023년 서비스 차량 사고율은 약 6%로. 프로젝트 시작 5년 만에 91%의 서비스 차량 사고를 감축시켰다. 참으로 놀라운 성과다. 객관적 데이터에 현장의 작동성 반영, 지식과 경험에서 비롯된 통찰과 진정성으로 무장된 리더십이 이끌어 낸 성과다. 정부의 정책과 사업도 이렇게 설계되고 운영되었더라면 우리나라의 산업안전이 여기에 머물러 있지 않았을 것이다.

사고율이 높은 소규모 사업장보다 사고율은 낮아도 근로자수가 많은 사업장에서의 사고 건수가 많으니 산업안전감독은 대형 사업장을 우선한다고 한다. 그러나 산업안전감독의 객관적 성과 평가는 어디에도 없다.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적인 평가가 없을 경우에 필요한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일 중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다.

2000년부터 정부는 5차에 걸친 산업재해 예방 5개년 계획을 통해 많은 정책을 집행해 왔다. 그에 관한 성과 평가들이 있으나 객관성을 신뢰할 수 없는 자신 또는 그들이 비용을 지불한 용역의 결과다. 물론 객관적 평가 방법과 필요한 데이터가 필요하나 진정성 있는 의지의 문제로 생각된다. 객관적 평가 방법을 설계할 수 없는 정책과 사업은 폐기하는 것이 답이다.

고재철

법무법인 화우 고문 전 안전보건공단 안전보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