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헌법과 노조법 근간 흔드는 노란봉투법

2024-06-27 13:00:02 게재

노사관계에서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의 범위를 넓히고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소위 ‘노란봉투법’은 21대 국회에서 부결되어 폐기됐다.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야당은 3건의 노조법 개정안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했다.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에 더해 ‘노무제공자나 노동조합에 가입한 자’를 근로자로, ‘사내하청의 경우에는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불법쟁의에도 ‘폭력 또는 파괴행위’를 동반하지 않은 경우,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으로 발생한 손해의 경우에는 근로자 개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노조법 형벌 부과로 사용자에게는 형법

노조법에 의하면 정당한 단체교섭과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못하고,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경우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 노조법은 근로자에게는 근로3권 보장법이지만 사용자에게는 위반시 형벌이 부과되는 형법이다. 따라서 권리·의무 주체인 근로자와 사용자 개념은 명확해야 하고 단체교섭과 쟁의행위의 대상 또한 헌법에 부합해야 한다.

단체교섭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 권리와 의무를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체교섭 상대방으로서의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전제로 해야 한다. 따라서 ‘사실상의 영향력 행사’ ‘실질적인 지배력 행사’를 하는 자를 사용자로 보는 것은 개념 정의 자체가 추상적이고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 ‘사실상 또는 실질적’이라는 뜻은 판례의 판단기준 같은 세부적인 내용이 추가되기 전까지는 가늠하기 모호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내하청의 경우 원청을 무조건 사용자로 보는 것은 민법상의 도급을 부인해 법체계를 붕괴시키는 것이다.

개정안은 노동쟁의 개념도 무리하게 확대해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해결해야 할 해고 등 권리분쟁까지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고, 노동조합이 구조조정이나 조직변경 등 경영사항에 대해서도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어 사용자 경영권의 본질적인 사항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법과 정의, 기준 흔들려서는 안돼

결국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자영업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하여 거의 모든 의제에 대해 자신들이 원하는 상대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상대방이 수용하지 않으면 파업을 통해 압박할 수 있게 된다. 흔히 말하는 대한민국이 노조공화국 파업공화국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개정안은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사실상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으로서 사용자의 재산권 행사에 대한 제한으로 위헌의 소지가 높다.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불법점거 조업방해 폭력행위 등을 수반하며 사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서도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노동조합 활동이라는 이유로 면책해주는 경우는 없다.

약자 보호, 노동권 보호 등의 근거는 명분있고 주장이 선명하다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그 명분에 가려진 실재와 본질을 살펴보는 지혜도 필요하다. 이 법이 통과되면 파업은 더욱 과격해지고 그로 인해 산업현장의 혼란은 더욱 극심해 질 것이다. 무엇보다 법과 정의의 기준이 흔들리게 된다.

산업현장의 혼란은 기업 경쟁력 악화로 귀결되고 결국 그 피해는 보호의 대상이 되는 약자들에게 갈 것이다. 부디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훼손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 기고 내용은 본지 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