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리튬전지공장 화재는 '인재'

2024-06-27 13:00:03 게재

소방, 3개월 전 화재 경고

19일 전에는 안전컨설팅

소방당국이 이미 3개월 전에 경기 화성 리튬전지 제조공장 화재 위험성을 지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참사 19일 전에는 관리책임자를 대상으로 안전교육도 실시했다. 화재발생 초기 직원들이 분사한 소화기는 리튬전지에는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일반 분말소화기였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번 참사가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라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소방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화성소방서 남양119안전센터 소방활동자료조사서 결과보고’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24일 화재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난 아리셀 공장을 ‘다수 인명피해 발생 우려지역’으로 지목했다. 그것도 이번에 참사가 발생한 공장 3동을 위험지역으로 정확히 표시했다. 보고서는 ‘3동 제품 생산라인 급격한 연소로 인한 인명피해 우려 있음’이라고 명시했다. 이 조사서는 화재가 나기 3개월 전인 지난 3월 28일 작성됐다.

소방당국은 아리셀 공장의 위험물질 보관 상황도 비교적 정확히 점검했다. 실제 보고서에는 각각 1000㎏과 990㎏이 보관돼 있는 리튬 저장소 2곳과 알코올류 4200ℓ, 제1석유류 200ℓ가 보관돼 있다고 표기돼 있다.

소방활동자료조사서는 실제 불이 났을 경우에 대비해 사전에 활동대상 건물 등의 위험요소 등을 파악, 긴급활동 시 대응할 목적으로 작성한다. 소방 내부용인 셈이다. 다만 이 조사서에는 해당 공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지도 내용도 들어있다. 조사서는 ‘소방시설 유지관리 철저토록 지도함’ ‘위험물취급에 따른 안전수칙 순주 철저토록 지도함’ ‘상황발생시 위험물 특성 안내토록 지도함’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소방당국은 이 조사서를 근거로 참사 19일 전인 지난 5일에도 아리셀 공장을 방문해 화재안전 컨설팅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아리셀 관계자 2명이 참석했다. 소방측은 이들을 상대로 아리셀이 보관하고 있는 위험물 취급 방법과 화재 발생 시 조치, 대피방법 등을 안내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리튬을 보관하고 있는 옥내 저장소도 살폈다. 아리셀은 일차전지 제조 여건상 위험물을 취급하기 때문에 지난 4월 컨설팅 대상에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불과 화재 참사 19일 전에 소방당국이 직접 업체를 방문해 안전교육을 실시한 것이다.

참사 이후 공개된 공장 내부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에서 직원들이 초기 진화를 위해 사용한 소화기 역시 금속성물질 전용 소화기가 아닌 일반 분말소화기인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초기 직원들이 우선 대피하지 않고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끄려고 했던 것이 오히려 화를 키운 셈이다. 경기소방본부 한 관계자는 “CCTV 영상만으로 일반 분말소화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고 “소화분말이 분사되는 모양을 봐서는 분말소화기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화재 발생 직전에 이뤄진 두 차례의 조사 및 교육이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번 참사가 관리 소홀에서 비롯된 인재라는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과 노동부는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총괄본부장, 안전분야 담당자, 인력파견업체 관계자 등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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