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어진 협치…반목에 막말·조롱까지
거대양당, 강성 지지층·대통령실만 보며 ‘전사’ 전락
법안 30여개씩 당론 채택, 대화·타협 없이 ‘대리전’
강한 불신과 반목을 갖고 있는 거대 양당이 막말과 조롱까지 공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의정활동 교류가 막힌 지는 이미 오래됐고 적대감을 넘어 적개심까지 증폭되고 있다는 평가다.
27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화와 타협을 위한 협치의 공간 자체가 완전히 무너진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진단이 우세하다. 거대 양당이 각각 법안 30여개씩을 당론으로 정해놓고 22대 국회를 시작한 데서 반목의 현실이 확연히 드러났다.
법안을 당론으로 정해놓으면 상임위의 대화와 타협은 무의미해지고 의원들은 당론 법안 통과를 위한 대리전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이같은 현상은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강성 지지층만 보고 있고 여당은 대통령실만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27일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민주당 강성 의원들이 강성 지지층이 원하는 대로 국민의힘 의원들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면박을 주고 조롱하고 비난하는데 이게 민주당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며 “민주당이 국회에서 1당이라는 걸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데 여당에게도 발언 기회를 충분히 주면서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데 22대 국회에서는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25일 법사위 진행 과정에 나온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법’을 앞세워 일방통행에 나선 정 위원장은 국민의힘 간사로 내정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을 향해 “성함이 어떻게 되느냐”고 했고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정 위원장을 윤리위에 제소했고 정 위원장 역시 “의사진행 방해에 대해 윤리위 제소 검토 및 국회 선진화법(퇴거불응죄)으로 고발할지도 검토하겠다”며 “사과하지 않으면 앞으로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고 맞대응했다. “나도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나에게 쏟아낸 인신공격성 발언들에 대해 모조리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도 했다.
22대 국회 들어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까지 한 달 가까이 걸렸는데 이 사이에 거대양당간 골이 더욱 깊어졌다. 170석을 가진 민주당은 11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먼저 단독으로 선출해 상임위를 운영했고 채 상병 특검법, 방송 4법 등 주요 법안 통과, 입법청문회 개최 역시 단독으로 강행했다.
사실상 백기투항 형식으로 마지못해 국회로 들어온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에 날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성 지지층의 힘으로 경선에서 이기고 ‘반윤석열’ 깃발로 본선에서 승리해 국회로 들어온 민주당 강성 의원들은 국민의힘과의 타협이나 대화보다는 당원의 뜻이며 총선 민의라고 생각하는 ‘성과’와 ‘심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평가다. 강 대 강 대결국면에서 ‘전사’로 맞붙은 모습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결국면은 양당이 대규모 ‘당론’을 채택한 데서 예고됐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당일인 지난달 30일에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법안을 1호 당론으로 채택했고 이달 20일에는 간호법 등 4개 법안을 당론으로 통과시키기로 결의했다. 22일엔 ‘김건희 특검법’을 포함한 22개 법안과 1개 결의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노란봉투법 등 8개 법안도 추가로 당론 채택을 계획 중이다. 당론으로 추진하는 법안만 35개에 달한다. 여기에 국민의힘 역시 지난달 말 ‘22대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5대 분야 31개 법안을 담은 ‘민생 공감 531 법안’을 채택하고 당론 추진을 결의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