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건 회수한 날, 대통령-국방 차관 통화 추가 확인

2024-06-27 13:00:03 게재

윤 대통령-이종섭 통화 직후 신범철, 2차례 전화 걸어

대통령실과도 수차례 통화 … 대통령실 관여 의혹 증폭

“임성근, 사실관계만 적시” 법무관리관실 문건도 공개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기록이 경찰에 이첩됐다 회수된 지난해 8월 2일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건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날 신 전 차관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도 수차례 통화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통화 기록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채 상병 사건 회수 과정에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더 짙어지는 모습이다.

27일 군사법원에 제출된 통신기록에 따르면 신 전 차관은 지난해 8월 2일 오후 1시 30분 윤 대통령의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8분 45초간 통화했다.

이날은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사건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하고 국방부 검찰단이 다시 이를 회수한 날이다. 앞서 공개된 통화기록에서 윤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부터 1시 사이 세 차례에 걸쳐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총 18분여 동안 통화하고 오후 1시 25분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에게도 전화를 걸어 4분 51초간 통화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신 전 차관이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건 시점은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 임 전 비서관과 통화한 직후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임 전 비서관과 통화한 이후 경북청에 연락해 사건 회수 의사를 밝힌 오후 1시 50분경보다는 20분 앞선 시점이다.

신 전 차관은 2시간여 뒤인 오후 3시 40분에도 다시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3분 36초간 통화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4시 21분 신 전 차관에게 전화해 10초간 통화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는데 모두 합치면 윤 대통령과 신 전 차관의 이날 통화는 총 3차례, 통화 시간은 12분 31초에 달한다.

신 전 차관은 지난 21일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서 윤 대통령과 10초간 통화한 것과 관련한 질의에 “그것은 회수에 관련한 거고 외압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고 답해 논란이 됐다. 신 전 차관은 뒤늦게 언론을 통해 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말한 게 아니라 통화 시점이 기록을 회수한 날이라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는데 두 사람이 긴밀하게 통화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윤 대통령의 사건 회수 관여 의혹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2일 신 전 차관이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통신기록에 따르면 신 전 차관은 이날 오전 11시 29분부터 오후 1시 54분 사이에 임 전 비서관과 세 차례 통화했다. 이에 앞서 오전 9시 2분에는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 오전 11시 33분에는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했다.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과는 세 차례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 전 차관이 유 관리관과 이날 오후 2시 17분부터 3시 9분 사이 다섯 차례나 통화한 사실도 확인됐다.

유 관리관이 오후 4시 59분 대통령실 일반전화인 ‘02-80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아 2분 39초간 통화한 기록도 새로 확인됐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검토하던 국방부 조사본부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의심되는 문건도 군사법원을 통해 공개됐다. ‘해병대 변사사건 관련 의견 요청에 대한 검토 결과’라는 제목의 문건으로 지난해 8월 14일 법무관리관실이 조사본부로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에 대한 의견 제시를 요청받아 작성한 것이다.

당시는 조사본부가 당초 해병대 수사단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본 8명 중 2명을 제외하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6명에 대해 혐의를 적시해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는 내용의 첫 보고서를 작성한 직후였다.

하지만 법무관리관실은 임 전 사단장에 대해 “수색작전 관련 안전통제 대책을 제대로 강구하지 않는 등의 과실이 있으나,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아 경찰에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관계 적시, 관련자로 기재 뒤 통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실제 조사본부는 보고서를 다시 작성해 임 전 사단장 등 4명에 대해선 사실관계만 적시하고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기재해 경찰에 이첩했다. 법무관리관실의 의견대로 사건 처리 결과가 바뀐 것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조사본부가 당초 의견과 다르게 대대장 2명에게만 혐의를 적시해 사건을 경찰에 넘긴 과정에 외압이 있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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