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일본 초고령사회 지탱하는 안전망

2024-06-28 13:00:01 게재

일본의 인구는 2023년 10월 기준으로 1억2435만명(외국인 영주자 316만명 포함)이다. 하지만 선진국 중에서 인구감소와 고령화라는 심각한 문제를 가장 먼저 경험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총인구는 13년째 감소하고 있는데, 최근 10년 동안 560만명이 줄었다. 게다가 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29.1%, 약 3600만명(75세 이상 약 2000만명)이나 되는 초고령사회다. 이 정도 규모의 고령인구를 안고 있기에 일본은 고령자의 건강문제에 대해 쇠약(frail)예방, 재택 및 시설요양(介護)을 병원치료보다 더 중시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에 없는 케어매니저 제도로 요양시스템 운영

2000년에 도입된 개호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은 의료보험체계에 통합되어 있고, 40세 이상은 의무적으로 가입한다. 현재 약 690만명(65세 이상 인구의 약 20%)이 증상 정도에 따라 지원필요I, II, 요양필요I~V로 단계별 요양 인정을 받고 있다. 요양필요I은 ‘식사나 배설은 스스로 할 수 있지만, 청소 및 일상생활 지원이 필요한 상태’ 등급이다. 가령 치매증상으로 단기적으로 악화할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보험급여 월 지급한도는 요양필요I 약17만엔(148만원)에서 요양필요V 약36만엔(313만원)으로 올라간다. 비용의 본인 부담률은 한국이 일률 20%인데 비해 일본은 중저소득층 10%, 중고소득층 20%, 고소득층 30%로 차등하고 있다. 한국이 저보험료, 저보험급여 지급, 본인비용 고부담인데 비해 일본은 고보험료, 고보험급여 지급, 본인비용 저부담이다. 이런 이유로 요양서비스 과정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이용자 불만이 적다고 한다.

비용측면을 제외한 요양 시스템을 보면 전반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모습을 보이지만, 한국에 없고 일본에 있는 두 가지를 주목한다.

첫째, 재택요양 태세가 다양한 점. 정시순회 수시대응형 방문요양, 야간대응형 방문요양, 간호소규모 다기능형 재택요양(통원 방문 입소 간호 통합형) 등 요양이용자의 생활에 더 밀접하고 맞춤형으로 대응하고 있다.

둘째, 케어매니저의 존재다. 이는 국가의 공적 자격제도로서 의사 간호사 요양복지사 약사 보건사 등의 자격소지자는 경험 5년 이상, 기타 경험 10년 이상자가 연수와 시험을 거쳐 케어매니저가 될 수 있다. 일본에 현재 약 10만명이 재택요양지원사업소나 요양시설에서 케어매니저로 활동중이다. 이들은 요양 시스템을 실제로 움직이는 전문인력으로서 요양등급평가 참여, 요양서비스 계획(케어플랜) 작성, 간병서비스와 역할 조정 총괄, 보험급여 관리 등을 맡고 있다.

이들은 병원-시설-재택 서비스 요양보험 제도의 코디네이터이면서 이용자 가족의 대변자이기도 하다. 케어플랜 작성에 대해 정부는 케어매니저가 ‘이용자의 심신 상태뿐 아니라 가족의 상황도 고려하여 개호보험 서비스 이외에 보건, 의료서비스 및 복지서비스, 지역주민의 자발적 활동에 의한 서비스 등을 활용한 케어플랜을 작성’(후생성령 제38호 제13조) 하게끔 한다.

주임 케어메니저는 간부급으로서 각 지역의 종합상담창구인 ‘지역포괄지원센터’의 책임자가 된다. 이러한 요양서비스 체계를 보면 일본은 사회서비스 부문에서 한국보다 덜 관료적이고 더 현장지향(이용자 지향)적이다. 이를 위한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다.

낮은 급료와 사회적 편견 등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아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케어매니저의 경우 다른 업종 전체평균보다 낮은 급료 수준, 요양부문 직업 전문성을 낮게 보는 사회적 편견이 직업에 대한 선호도를 낮게 만들고 있다.

사실 고령자 또는 요양이 필요한 사람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도록 지원하는 기술지식은 배우기 힘든 전문지식이다. 이런 지식을 갖춘 이들에게는 그에 적합한 대우를 해야 한다. 급여수준과 사회적 평판으로 우대해야 한다. 그래야 초고령사회 사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

이찬우 일본경제연구센터 특임연구원전 테이쿄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