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대비 빗물받이 관리체계 똑똑해졌다
노원구 전수조사 → ‘스마트 지도’ 제작
정보무늬 부착, 누구나 손쉽게 신고가능
주민 2000명은 ‘우리동네 지킴이’ 자처
“전에 살던 동네에서 빗물받이가 넘친 적이 있어요. 반지하가 다 침수돼서 참 마음이 좋지 않았죠.”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지하철 4·7호선 노원역 인근. 주말부터 서울에 장맛비가 예고된 가운데 노원구가 빗물받이 최종점검에 나섰다. 인력과 차량을 동원해 빗물받이 청소를 하고 악취 저감 덮개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인근 주민도 나섰다. 자신이 근무하는 약국 가까이 있는 빗물받이를 일상적으로 살피기로 한 김영란 약사다. 비가 내릴 때면 빗물받이 덮개를 열고 혹여 나뭇잎과 쓰레기 등이 쌓여 막힐 경우 신고하는 ‘우리동네 빗물받이 지킴이’다. 김 약사는 “비 올 때 한번 더 내다보고 장갑 끼고 덮개 치우는 건 사실 아무 일도 아니다”라며 “조금만 신경 쓰면 전처럼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28일 노원구에 따르면 구는 올해 장마를 앞두고 빗물받이 관리체계를 한층 똑똑하고 체계적으로 정비했다. 공무원들이 발품을 팔아 전수조사를 한 뒤 민간이 보유한 기술로 관리체계를 마련했는가 하면 주민들이 ‘내집 내점포 앞 지킴이’로 힘을 보태는 ‘스마트 관리체계’다.
빗물받이는 초기단계에 빗물을 빠르게 흘려보내 침수를 예방하는 주요 시설물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 따르면 빗물받이가 2/3만 덮여 있어도 침수 깊이는 2배, 면적은 3배 가량 늘어난다. 2022년 서울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을 때 강남역 인근에서 한 시민이 빗물받이를 열고 쓰레기를 건져내자 종아리까지 차올랐던 물 높이가 빠르게 낮아졌던 영상이 회자되기도 했다.
노원구 관계자는 “대부분 지자체가 장마 대비 준설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면 쓰레기가 쌓여 역할을 못할 수도 있다”며 “시민들 인식이 높아져 신고는 빈번해졌는데 이면도로는 위치파악이 어려워 대처가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5개월에 걸친 수방기간이 끝나자마자 하수팀 공무원들이 직접 나서 빗물받이 전수조사부터 했다. 총 2만2000여개에 달했다. 뚜껑이나 연결된 관 상태 등을 일일이 기록한 관리대장을 작성하고 지도에 좌표를 찍어 기록한 ‘스마트 빗물받이 지도’를 제작했다, 지도에서는 모든 빗물받이를 번호로 확인할 수 있다. 김 약사가 맡은 ‘상계67-0163’처럼 행정동 이름 뒤에 일련번호를 조합한 고유번호를 부여했다.
개별 빗물받이마다 한개씩, 여러개가 연결된 곳에는 대표로 한개 정보무늬를 제작해 부착했다. 빗물받이 신고 전용 앱도 개발, 주민들은 정보무늬를 찍거나 고유번호와 함께 적힌 전화번호로 즉시 신고할 수 있다. 구청 치수과 상황실에서 빗물받이 지도를 보면서 신고내용을 토대로 조치를 취한다. 간단한 수작업으로 처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기동반, 파손이 됐거나 토사와 쓰레기가 많은 경우 하수시설물이나 준설을 담당하는 업체가 출동한다.
주민들도 스스로를 지키고 이웃을 위한 감시활동을 한다. 골목청소를 담당하는 노인일자리 요원 500명을 비롯해 통장 720명, 환경공무관 170명 등과 함께 공인중개사 450명, 약국 카페를 운영하는 상인 100명 등이 빗물받이 지킴이다. 특히 일반 주민들의 경우 공무원들이 점포를 일일이 방문해 설득하고 동의서를 받았다. 소식을 들은 한국전력과 자동차전문정비사조합에서도 동참을 희망해 각각 업무협약을 맺고 검침원과 정비사를 합류시키기로 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이상기후로 유례없는 폭우가 잦아지고 있다”며 “빗물받이 관리에 행정력을 총동원해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