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호남 자강론’ 먹힐까
22대 국회 개원 후 지지율 답보
“바닥 다지는 중 … 제3당 한계”
“조국혁신당 선거제도라는 첫번째 허들, 선거법이라는 두번째 허들을 넘어 국회에 왔지만 교섭단체 구성 요건이라는 세번째 허들 앞에서 허탈해 하고 있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황운하 원내대표의 발언은 비교섭단체인 제3당의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비례투표 24%를 넘기며 12석을 확보했지만 22대 원 구성 협상에서는 철저히 소외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마찰음이 커지고 대립각이 선명해질수록 혁신당의 정치적 존재감은 희미해졌다는 의미다.
정당지지율 변화가 이를 대변한다. 3월 창당 직후 6%였던 혁신당 지지율은 한 달이 안돼 12%로 뛰었고, 총선 직후에는 14%를 기록하며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총선을 고점으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더니 6월 4주차 10%로 내려왔다.(한국갤럽 데일리오피니언.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조 국 대표는 최근의 지지율 답보와 관련해 “바닥을 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지만 당직자들의 진단은 ‘태생적 한계론’에 닿아 있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듯 정치개혁을 과감하게 밀고 나갈 정당도 조국혁신당”이라며 “국회가 국회법을 만들지만 국회법이 국회를 만들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현행 20석의 교섭단체 기준을 완화하는 논의를 시작해 줄 것을 거대 양당에 청했다. 혁신당은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국회 본관 및 의원회관 배정 등을 놓고 ‘연동형 비례제’ 도입 취지에 맞게 재조정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대척점에 있는 국민의힘은 물론 총선 당시에는 우군이 될 것처럼 보였던 더불어민주당도 비협조적이다. 일부 의원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지금 급한 현안인지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선거는 유격전이라서 신속하고 명확한 타격 지점을 가지고 움직였는데, 선거가 끝나니깐 정규군 편성인데 화력이 모자라는 걸 솔직히 느낀다”고 평가했다.
170석의 민주당을 상대하기에는 혁신당의 의석과 내부 지원능력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으로 들린다.
황현선 조국혁신당 사무총장은 “6월 임시국회를 지켜보면서 민주당의 선의만 기대하기엔 녹록지 않겠다”면서 한발 더 나갔다. 민주당이 최근 당헌·당규를 개정하면서 자당 소속 선출직이 재·보궐 선거의 원인을 제공했을 때 무공천을 의무화한 규정을 삭제한 것에도 ‘과거로 돌아가는 형식’이라며 비판하면서 “혁신당이 바닥에서 뿌리내리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자강론’을 내놨다. 26일 혁신당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검찰청 폐지법안’을 내놨다. 검찰청의 수사를 담당하는 중수청과 기소를 담당하는 공소청으로 분리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수사를 담당하는 중수청을 행정안전부 등 타 부처 산하로 이원화하는 안을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 안과 결이 다르다.
혁신당은 “민주당의 구상대로 하면 행정안전부가 너무 비대해질 우려가 크다”면서 “전문성을 고려해 공수처처럼 수사기능을 법무부에 두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호남 등 야권 우세지역에서 민주당과 경쟁을 벌이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단체장 보궐선거를 비롯해 차기 지방선거에서 독자후보 전략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입장이다. 황현선 사무총장은 “‘자강’을 통해 야권 진영 전체의 파이를 키워 정권 교체에 매진할 것”이라며 “혁신당에 걸맞는 인물과 정책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호남권이 지난 총선 비례대표 지지율 만큼의 지지를 조국혁신당에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6월4주차 갤럽의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호남권 정당 지지도(조사대상 1002명 중 93명)는 민주당 57% 조국혁신당 18%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조국혁신당의 지지율 답보는 조 국 대표의 정치적 미래가 불투명한 것에서 오는 영향이 제일 크다”고 평가했다.
개혁당 등 제3당 운동을 했던 유시민 작가는 최근 출간한 책에서 조국혁신당의 상황과 관련해 “민주당을 상대로 힘겨루기를 하면 한두 번 작은 승리를 거둔다 해도 결국은 에너지를 소진하고 소멸한다”고 적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