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김호중씨 귀가 공개와 피의자 인권
가수 김호중씨가 ‘음주 뺑소니’로 기소된 뒤에도 뒷이야기가 무성하다. 그중 하나가 경찰 3차 출석조사 때의 귀가 공개 논란이다.
김씨는 지난달 21일 강남경찰서 조사 후 귀가할 때 1층 로비로 나가라는 요구를 받았다. 김씨측은 들어올 때처럼 지하주차장으로 나가게 해달라고 했지만 수사팀은 “상급청 지시”를 이유로 사실상 ‘언론 앞에 설 것’을 통보했다. 6시간을 버티던 김씨는 결국 언론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로비로 나왔다. 김씨 변호인은 “인권침해”라고 반발했다.
여기에 서울경찰청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김씨 변호인이 강력히 비공개 소환을 요청했는데 초기에 강남서에서 잘못 판단한 게 아닌가 싶다”면서 “모든 경우 비공개(조사)해야 하고 특별한 조치를 해야 하는 걸로 귀결된다. 그게 인권에 부합하는 조치인가”라고 해 논란을 부추겼다.
경찰의 이 말은 사실 틀렸다. 현행 수사규칙에 따르면 피의자 출석조사는 비공개로 하도록 하고 있다. 김씨가 지하로 들어왔다면 지하로 나갈 권리가 있다.
그간 수사당국이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데 대한 비판이 있었다. 논란은 조 국 전 법무부장관 부부 수사를 거치면서 2019년 12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제정해 공개소환 금지, 수사과정에 대한 촬영 일절 금지, 구두 브리핑 폐지로 정리됐다. 현재는 지난해 11월 시행된 ‘검사와 사법경찰의 상호 협력과 일반적인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 따라 피의자 출석의 일시·장소 등을 정할 때는 피의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조사의 일시·장소에 관해 협의하도록 했다.
출석조사 공개와 포토라인은 당사자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킨다. 확정된 범인으로 낙인찍을 우려도 있다. 그래서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는 2011년 인권보도준칙을 정해 공인이 아닌 개인의 얼굴 신상 등 정보를 공개하려면 원칙적으로 당사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정리했다.
일각에서는 영국처럼 수사 종료 후에 브리핑하자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수사 취재와 보도가 봉쇄될 우려가 있다. 피의사실 보도를 엄격히 금지하는 것도, 무분별하게 보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공인의 기준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공인 피의자의 사건 수사와 피의사실은 보도할 수 있다는 게 판례다. 공인의 범죄가 대중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삶에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력이 크다는 점에서 국민의 알권리 영역에 속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당국은 정해진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수사조직을 살리기 위해’ ‘비난을 피하려고’ 출석 비공개와 인권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지휘부와 수사팀의 일관되지 않는 행위는 불신을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