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체매립지 4차 공모 회의적”
인천 지자체·시민사회 우려 확산
총리실 산하 전담기구 설치 요구
유정복 시장도 “5차 공모는 없다”
수도권 대체매립지 조성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3차 공모에 실패한 뒤 곧바로 4차 공모에 나서겠다고 하자 인천지역 시민사회가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실패할 게 뻔한 공모 방식 대신 입지선정위원회를 설치해 대체부지를 찾자는 주장이다.
강범석 인천 서구청장은 1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지금의 공모 방식으로 대체매립지 확보가 가능하면 좋겠지만 그간 경험으로 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관계 기관들은 기존 방식대로 대체매립지 공모를 진행하는 게 적절한지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처럼 이해관계가 서로 얽혀 있는 인천·경기·서울과 환경부 합의만으로 답이 나오기 어렵다”며 “정부가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론화 과정을 통해 후보지를 결정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순학 인천시의원도 앞서 지난달 28일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대체매립지 공모 조건을 완화하고 인센티브를 늘린다고 공모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며 "막연한 기대와 전망보다는 어떻게 종료할 것인지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대안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다. 환경부와 수도권 3개 시·도에 맡겨두지 말고 범정부 차원에서 대책마련에 나서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총리실 직속의 대체매립지 확보 전담기구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인천경실련 등 23개 단체로 구성된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 범시민운동본부’도 최근 성명을 내고 전담기구 설치를 강하게 요구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3차 공모에 나선 환경부의 한계가 드러난 만큼 범정부 전담기구 설치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이행 차원에서라도 총리실 산하 전담기구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지금처럼 공모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사실상 기존 매립지의 영구사용 의도라는 의심을 지우지 않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3차 공모 무산 직후 성명을 통해 “현 수도권매립지는 4자 협의대로라면 3-1매립장(103만㎡)으로 약 10년, 수도권 매립지 잔여부지의 최대 15%(106만㎡)로 약 20년을 사용한다면 2045년 이상까지 사용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인천시민들은 이를 수도권매립지 를 영구 사용하려는 의도라고 의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수도권매립지의 연간 폐기물 반입량은 1995년 917만8000톤에서 지난해 129만3000톤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1995년 쓰레기종량제와 2005년 음식물쓰레기 직매립 금지 효과다. 2025년에는 건설폐기물, 2026년에는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돼 반입량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2015년 환경부·서울시·경기도·인천시 4자가 합의한 기존 매립지 추가사용 조건을 고려할 때 사용기간 연장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최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대체매립지를 조성하지 못하더라도) 당장 수도권 쓰레기 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기존 공모 방식이 아닌 다른 대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5차 공모는 없다”며 “인천시는 우선 4차 공모에 집중하되 만일에 대비해 서울시와 경기도를 압박할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대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한편 환경부와 수도권 3개 시·도는 지금보다 조건을 완화해 4차 공모에 나서기로 했다. 완화하려는 조건은 주민동의율을 낮추는 것이다. 3차 공모에서는 ‘후보지 경계에서 2㎞ 내 주민등록상 세대주 5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이를 획기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3차 공모 때 전폭적으로 확대한 인센티브 역시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3차 때는 부지 면적(90만㎡)과 부대시설을 줄이고, 특별지원금(3000억원)은 500억원 인상한 바 있다. 4차 공모의 구체적인 조건과 인센티브 시기 등은 조만간 4자 협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