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방송법에 방통위원장 탄핵까지…여야 정면 충돌
오늘 운영위서 수사 외압·명품 가방·가스 개발 등 의제로
야당, 7월 첫주 특검법·방송법 표결 … 김홍일 탄핵 시도
여당, 국회 복귀 후 대통령 엄호 “입법독주 반드시 저지”
여야가 제22대 국회 공식 개원식을 앞두고 7월 첫주 세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야당은 1일 국회 운영위를 시작으로 채 상병 특검법·방송 4법 표결에 이어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 처리를 시도할 전망이어서 여당의 엄호와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탄핵 청원까지 불거지면서 개원 초기부터 여야의 대립강도가 고도화된 양상이다.
여야는 6·7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협의를 통해 5일 국회 개원식을 열기로 합의했다. 7월 2~4일 대정부질문을 갖고, 8~9일에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진행하기로 했다. 야당은 6월 임시국회 회기 안에 본회의를 열고 채 상병 특검법과 방송 4법 의결과 김홍일 방통위원장 탄핵안 처리를 공언했다. 1일 예정된 국회 운영위의 대통령실을 상대로 한 현안 질의가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1일 열리는 운영위 전체회의에는 정진석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들이 출석한다.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등 현안이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일 채 상병 특검법·방송 4법 등을 표결처리할 계획이다. 채 상병 특검법과 별개로 국정조사도 추진한다. 지난달 18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고, 국민의힘이 응하지 않을 경우 단독으로 국정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6월 30일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특검과 국정조사의 이중 엔진으로 진실규명의 박차를 가하겠다”고 압박했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채 상병 특검법 관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결과를 보고 진상규명이 미진할 경우 특검 도입’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1일 운영위는 물론 민주당의 특검법안 처리 주장에도 같은 입장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 4법 처리와 더불어 김홍일 방통위원장의 탄핵안 처리 안건이 새로 등장했다. 민주당은 한국방송 등 공영방송 이사 추천 권한을 학계와 직능단체로 넓히는 방송 3법과 방통위의 회의 개의 정족소를 규정하는 방통위법 개정을 추진해 해당 상임위를 통과시켰다. 여기에 27일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이상인 부위원장과 ‘2인 체제’로 방통위를 운영하며 주요 안건을 의결한 행위 등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며 김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당론 발의했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 방통위원장의 탄핵 소추 정족 의결수는 재적의원 과반(151명)이라, 민주당 의석(170석)만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민주당은 2일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보고한 뒤, 3일 또는 4일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할 계획이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대행은 1일 민주당 최고위 회의에서 “김홍일 방통위는 국민과 국회의 경고에도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계획을 강행처리했다”면서 “공영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시키려는 폭거로 법치주의 파괴행위”라고 비난했다. 박 대행은 이어 “위법한 행정행위는 그 자체로 무효로 엄중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민주당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윤석열 감독, 김홍일 주연의 방송장악 쿠데타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식 수석대변인도 6월 30일 브리핑에서 “위헌적, 위법적인 방통위 2인 체제가 저지른 부당한 결정을 무효화시키고, 방송 4법을 통과시켜 공영방송을 국민 품으로 돌려놓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국회가 민주당의 놀이터가 됐다”면서 “입법독주를 저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원 구성 협상 결과를 책임지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던 추경호 원내대표는 1일 복귀 일성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방탄을 위한 양심 없는 졸속 입법, 복수 입법을 멈춰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민주당의 입법 횡포가 선을 넘고 있고 행정부와 사법부의 독립성까지 침해하는 입법 독재로 치닫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입법은 충분한 공론 절차와 숙의 과정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정권을 흔들기 위한 막무가내 입법,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줄이기를 위한 복수 입법에 혈안”이라며 “민주당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놀라움의 연속이고 참 꼴사나운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입법 예고도 안 한 각 부처 시행령 초안을 상임위에서 보고받고 내용 수정까지 요구할 수 있는 위헌적인 국회법 개정안까지 발의한 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추 원내대표는 “법대로 하자면 힘대로 하겠다는 민주당의 우격다짐 식 국회 운영의 피해는 오로지 국민들 몫”이라며 “국민의힘은 국민과 함께 민주당의 입법독주를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임시회 마지막 날(7월 4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야당 주장을 수용해 특검법·방송 4법을 본회의에 상정할지 주목된다. 또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소추안 표결 전에 사퇴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명환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