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당연한 주주권리 보호, 법제화 필요하다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이사의 충실의무’ 관련 상법 개정안 논란이 뜨겁다.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더불어민주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해야 한다’며 개정안을 제출했다. 여당과 현 정부도 밸류업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해 찬성하는 모습이다.
현행 상법 제382조의 3 ‘이사충실의무’ 조항에 따르면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로 되어 있다. 개정안은 ‘회사를 위하여’를 ‘회사와 주주를 위하여’로 바꾸자는 내용으로 이사의 의무를 회사뿐 아니라 주주들에게도 신의 성실해야 함을 법으로 명시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한국경제인연합회(구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은 ‘상법 개정 반대’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위와 같이 상법이 개정될 경우 기업의 신속한 경영판단을 막아 기업 경쟁력이 저하되고 형법상 배임죄 처벌 등 사법리스크가 막중해질 수 있으며,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먹잇감이 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또 기업 이사들이 주주의 권리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고, 현행법으로도 주주 보호가 가능한데 굳이 법제화 할 필요가 있느냐며 목청을 높인다.
문제는 그 당연한 주주 보호가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주주들은 회사 돈으로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특정 주주를 지지하는 제3자에게 처분하거나 기업구조조정 단계에서 지분구조를 왜곡시키는 수단으로 악용했다. 또 회사를 성장시킨다는 명분하에 합병, 분할, 지주회사 전환, 자진 상장폐지를 통해 소수 주주이익을 침해했다.
그런데도 기업 이사들은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가 아니라 최대주주, 소위 오너에 대한 충실의무에만 집중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일반주주들의 지분율이나 지분 가치는 축소되고 지배주주의 지배력만 강화됐다. 그 결과 소액주주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지배주주들에게 헐값에 빼앗기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이는 주주평등의 원칙상 당연히 금지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기업의 이사들과 우리 법은 침묵했다. 국내 법원 판례 또한 이사가 주주의 이익까지 보호할 책임은 없다고 판시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는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졌다. 우리나라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 반열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여전히 바닥을 헤매는 이유다.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회사의 이익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주주 간 이해충돌 상황을 해결하자는 것으로, 모든 주주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이다. 이를 통해서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자본시장 정상화와 선진화가 가능하다.
김영숙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