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건강관리 지역자원 연결

“장애인 건강관리…지역단위 다직종 협력으로 실현”

2024-07-02 13:00:22 게재

질환 진료에서 건강관리로 확장 … “의료-주거-복지서비스 연계 위에 삶의 질 높아져”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행과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법이 생긴 지 7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의 의료접근성이나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암발병 위험은 5.02배, 만성질환은 2.2배 많이 생기고 사망률 또한 1.95배 높게 나타난다. 장애로 인한 질병뿐만 아니라 일반 질환도 겪고 있기에 보다 세심한 건강관리와 의료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이런 필요성에 따라 장애인건강권법이 생겼고 보건복지부는 올해 2월말부터 4차 장애인주치의 시범사업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이전 사업보다 진일보했다. ‘모든 장애인’을 대상으로 일반 만성질환과 주장애 건강관리 그리고 방문 진료. 치과진료도 추진한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적절한 맞춤형 건강관리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료-복지 제공 직군들의 협력시스템 구축과 참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동시에 발생하는 질환을 해결하기 위해서나 일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주거-복지서비스 연계도 이어져야 한다. 의료 내 협력과 의료복지의 융합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임재영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은 6월 29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2024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장애인 건강과 의료접근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시범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의료 소외나 복지 사각지대에서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 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해서 장애인 건강관리를 위한 지역자원 활용 사례와 개선점들을 공유한다

장애인의 맞춤형 건강관리를 위해 다학제 접근과 지역 자원 연결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다양한 논의와 실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소영 충북대 의대 교수는 “의사 간호사뿐만 아니라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심리행동치료 구강관리 등 다학제 주치의팀을 갖춘 장애인주치의 사업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은 “장애인 주치의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의 참여도 중요한데 이 사업을 모르는 경우가 90%나 된다. 장애인이 알고 신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애인등록자에게 문자 등으로 알려 주면 되지 않냐”며 사업 정보 제공 방법을 달리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전민들레의료사협 나준식 원장과 간호사가 장애인건강주치의로 방문진료 하는 중 지체장애 이용자와 건강목표 세우고 '홧팅'하고 있다. 사진 대전민들레의료사협 제공

◆다학제주치의팀 전문인력 양성부터 = 보건복지부의 장애인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은 의사 간호사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다학제적인 건강관리를 활성화하려면 새로운 성공모델을 만들고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의 ‘마을단위 장애인 건강관리를 위한 장애인 건강지키미 플랫폼’ 개발사업을 소개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진행되고 있다. 올해부터 3년간 진행된다.

사업 주내용은 △다학제주치의팀 전문인력 양성 △다학제주치의팀 운영 △마을단위 장애인 건강관리 네트워크 구축 △장애인 건강지표 향상 등이다. 전문인력은 50명을 교육양성한다. 다학제주치의팀은 2개 지역내 2개팀이 장애인 40명을 건강관리하고 3차년에 6개 지역 6개팀이 장애인 120명의 건강을 관리한다. 마을건강리더는 30명에서 50명까지 확대하고 민관협력으로 안내 홍보한다.

김 교수는 “사업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 자리잡아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마을활동가를 양성하는 활동을 계획하고 시행하고 있다”며 “한국형 다학제주치의팀이 성장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성공모델로서 정부 주도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산의료사협 새안산의원 재택의료센터 이주리 원장과 간호사가 환자를 방문해 운동 범위 등 초기 평가를 하고 있다. 사진 안산의료사협 제공

◆장애인 사례 집중회의와 전인적 접근 = ‘마을단위 장애인 건강관리를 위한 장애인 건강지키미 플랫폼’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다학제주치의팀 안산과 대전의료사협 사례를 살펴보면 현장에서 장애인건강주치의 사업을 함에 있어 보완되어야 할 점들이 드러난다.

#. 안산에 거주하는 50대 한 남성은 양쪽 발목 아래 근력이 전혀 없어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새안산의원 재택의료센터의 도움을 받게 됐다. 당시 고혈압 분노조절장애 우울증도 앓고 있었다. 컵라면 햇반 그리고 하루 20개 이상 커피를 섭취하고 음주 흡연에 10분 이상 자지 못하는 등 건강문제가 있었다.

센터는 분노 폭발과 불면을 위한 정신과 약복용, 통증과 혈압조절, 규치적인 도시락 연결, 엘리베이트가 있는 주택 신청 등으로 1차 치료계획(2023년 7월)을 세우고 진행했다. 유대감이 형성된 후 10월 2차계획으로 강한 금주-주변인-실내운동 교육을 추가하고 장애등급을 신청했다. 4시간 이상 잠자게 되고 금주가 유지되며 실내 운동 횟수도 증가했다. 올해 4월부터 3차 계획으로 실외 운동 교육, 장애인활동지원사 연결, 금주유지, 엘리베이터 있는 주택 신청, 지역사회-정신과 외래 연결을 시행 중이다. 통증은 견딜만 하고 소화불량 횟수가 줄었으며 혈압도 안정됐다. 커피 5잔으로 줄고 실내외 운동을 하며 거동능력이 향상됐다. 7월 이후에는 장애인 활동지원사 연결하고 고양이 돌봄 지원과 매개 상담, 전동휠체어 구입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주리 새안산의원 재택의료센터(안산의료사협) 원장은 “환자가 이렇게 개선된 것은 센터팀원들이 매일 사례회의를 통해 환자 상태를 나누고 전인적 접근을 중요시한 결과”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장애인 재택의료 지원에 있어 아쉬운 점이 있다. 이 원장은 “지역에 왕진하는 정신건강학과 의사가 있으면 좋겠다. 지역 방문진료 대상자가 65세 이상이나 등급으로 고정돼 있어 지원에 어려움이 있다. 진료에 필요할 경우 대상자 선정을 유연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케어코디네이트 교육 참가자들이 대전 민들레의원 앞에서 기념 촬영. 사진 대전민들레의료사협 제공

◆건강관리-활동지원-지역자원 연계 = 나준식 대전민들레의료사협 통합돌봄사업본부장에 따르면 대전민들레의료사협은 2018년부터 장애인건강주치의 사업에, 올해는 장애인 치과주치의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270명 장애인이 등록돼 대덕구에서 유성구로 확대되고 있다. 방문의료(의사 간호사) 방문작업치료(작업치료사) 방문한의진료(한의사) 방문·외래 구강관리(치과위생사) 방문심리상담(심리상담사)이 이뤄지고 있다. 건강관리-활동참여지원-지역자원 연계 사업이 진행된다.

‘장애인 건강지키미 플랫폼’사업 관련 다학제주치의팀은 작업치료사(팀장) 의사 3명, 간호사 3명, 한의사 치과위생사 사회복지사 등 10명으로 갖췄다. 만성질환-구강건강-마음건강 평가 계획을 논의하고 건강반 구성과 마을 서로돌봄리더 양성이나 네트워크를 추진한다. 건강반은 장애인 욕구와 조건에 따라 스스로 구성한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혈압이나 당뇨관리를 하는 ‘건강의달인’, 당뇨관리를 위한 지식을 배우고 경험을 나누는 ‘밥상회’ 등이 있다.

나 본부장은 “웰빙지표 평가는 만족도 등 마음 건강을 확인할 수 있어 긍정적이지만 마음 확인이 어려운 경우 어떻게 확인해야 할지 등 전문가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전민들레의료사협 작업치료사는 장애인케어코디네이터 교육 참가기를 소개하면서 “서로 다른 경력과 직종이 같은 교육을 들을 때 장점도 있지만 공동으로 들어야 할 부분과 따로 들어야 할 부분을 가려 교육을 하면 좋겠고 보수교육으로 인정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의 새로운 시도 =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의 사업문의 대응활동과 새로운 연계 시도도 있다.

김혜진 경기남부지역장애인의료센터(분당서울대병원)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장애인주치의제도가 있다는 기대에 수소문했던 한 상담신청자는 “주치의 문의하려고 복지부 장애인보건의료센터 건보공단 주치의기관까지 전화했다. 자폐아를 봐주는 주치의기관이 있기는 한가요? 그냥 이용 안할래요”라며 항의성 질문을 했다.

이에 센터 상담원이 “이제 자리 잡는 중이라 의사도 환자도 낯설다. 장애인들이 많이 이용하면서 개선점을 말씀해 줘야 시범사업도 나아질 것”이라고 권유한 뒤 “00의원이 열심히 참여 중”이라며 안내했다. 결국 “우리 아이에게 주치의, 평생 보디가드를 잃을 뻔 했다”는 후일 상담신청자는 전했다. 센터 상담원들의 유연한 대응의 사례로 꼽힌다.

회복기재활병원에서 보건소로 의뢰하고 보건소가 다시 센터로 의뢰한 중증장애인의 자택 퇴원지원 사례도 있다. 뇌종양 진단 받은 뇌병변 장애인이 1년 동안 여러 재활병원을 전전하다가 자택으로 퇴원을 희망했다. 보호자는 중증와상장애인인데 자택 돌봄이 가능할까 걱정했다. 센터는 환자 상담 후 질병 장애 기능과 돌봄-주거 환경을 평가하고 지역 장애인주치의를 연계하고 협업을 진행했다. “이렇게 도와주지 않았으면 요양병원 아닌 집으로 퇴원하는 것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라고 감사 말을 환자가 남겼다.

김 연구원은 “장애인이 건강문제가 생겼을 때 기댈 곳은 주치의팀”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기관 밖 재활운동, 학내 건강지원 활성화 = 정세희 서울대의대 교수(서울시보라매병원 재활의학과)는 "장애인의 신체활동 저하로 장애인의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아진다"며 "장애인의 신체활동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기존 장애인 체육은 △관련 시설과 프로그램이 부족 △소관부처가 재활체육은 복지부, 학교체육은 교육부,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은 문화체육관광부로 나눠져 종합적인 접근과 연계가 한계 △재활치료 후 생활체육까지 중단단계 서비스 부재 등 한계가 있다.

재활운동과 체육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장애유형별 의학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운동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재활운동과 체육’ 제도화가 이뤄져야 한다. 전문 인력과 시설을 확충해야 하며 이를 위한 예산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한편 특수교육을 받는 장애학생의 의료지원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라경 가톨릭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장애 학생에게 통합적 건강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위루관 기관절개관 등 의료기기에 의존해야 하는 아이들에겐 의료지원이 절실하다.

김 교수는 “학부모들은 ‘자기도 가족들도 직접 해주고 단순한데 왜 학교에서 안해주세요’라고 말한다”며 “학교에서 의료기관에 관리를 의뢰하고 간호사가 학교로 방문해 의료지원을 할 수 있도록 복지부와 교육부, 교사 간호사 의사 학부모 등이 함께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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