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자리싸움'에 파행
의장선거 무산, 원구성 차질
정당만 바꿔가며 구태 반복
대전시의회가 후반기 임기를 시작했는데도 또 다시 원구성을 하지 못해 파행을 겪고 있다. 전임 8대 대전시의회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일 대전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의회는 이날까지도 9대 후반기 원구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의회가 최근 본회의를 열었지만 의장선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대전시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은 최근 내부경선을 거쳐 단독후보로 김선광 시의원을 선출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본회의에서 출석의원의 과반수를 넘지 못하는 찬성 11명, 무효 11명이라는 뜻밖의 결과가 나왔고 의장선출은 무산됐다. 곧이어 2차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번엔 김 시의원측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선거가 진행되지 않았다. 현재 대전시의원은 모두 22명으로 이 가운데 국힘이 20명, 더불어민주당은 2명이다. 최소 국힘 내부에서 9명이 무효표를 던진 것이다.
파행사태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초 3일 임시회를 예고했지만 국힘 내부적으로 봉합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국힘 대전시당이 9명 시의원에 대해 징계절차를 시작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징계 대상에 오른 한 국힘 소속 시의원은 “우리가 징계를 받아야 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의회에 참석하지 않고 파행으로 이끈 의원들이 징계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이상민 대전시당위원장은 “시의원들이 자율적으로 협의하고 있는 만큼 지켜보고 있다”며 “징계여부는 윤리위에서 절차를 시작한 만큼 본인들에게 소명할 기회를 주는 등 잘잘못을 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의회 의장선출 사태에 대해 지역 시민사회의 우려는 크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8대 대전시의회에서도 똑같은 사태가 일어났었다. 당시엔 다수당이 더불어민주당으로 22석 가운데 21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정당만 바뀌어 똑같은 사태가 재연된 셈이다.
지역에선 대전시의원 선거의 특성 때문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대전시의원 선거는 다른 충청권 광역의원 선거와 달리 한 정당의 싹쓸이를 반복하고 있다. 8대 때는 민주당이 전 지역구를 석권했고 9대 때는 국힘이 대부분의 지역구를 싹쓸이했다. 결국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 자리를 놓고 당 내부에서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이 같은 파행 반복을 막을 수 있는 조례개정이나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설재균 대전참여연대 의정감시팀장은 “정당간 다툼이 아니고 결국 자리싸움”이라며 “대의기구인 시의회 원구성에 대해 시민들의 참여와 감시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