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10년간 횡령액·횡령직원 가장 많아
772억원, 31명 … 임종룡 회장 취임 후 내부통제 여전히 취약
은행권에서 지난 10년간 발생한 횡령사건 중 우리은행이 발생액과 횡령을 저지른 직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4~2023년 국내 은행별 횡령 사고 현황’에 따르면 우리은행 횡령금액은 772억7780만원으로 17개 국내 은행 중 가장 규모가 컸다. 경남은행(611억8000만원)이 그 뒤를 이었으며 하나은행(85억8000만원), 기업은행(34억1000만원), 농협은행(32억4000만원), 신한은행(28억9000만원) 순이다.
우리은행의 횡령규모가 다른 은행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것은 2022년 발생한 700억원에 이르는 대형 횡령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횡령 직원이 8년간 8회에 걸쳐 700억원을 횡령했지만 은행의 내부통제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해당 직원이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외부기관 파견을 허위로 보고하고 무단결근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부통제 부실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취임한 이후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하면서 내부통제 혁신방안 등을 발표했지만 지난달 10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또 터지면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700억원과 100억원대 횡령사건이 사회적 이목을 끌었지만 횡령직원수도 우리은행(31명)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하나은행(29명), 농협은행(23명), 국민은행(23명), 신한은행(20명) 순이다. 경남은행은 횡령 규모가 두 번째로 컸지만 횡령직원은 5명으로 나타났다.
횡령액 환수율도 우리은행이 가장 낮았다. 우리은행 환수액은 12억9600만원으로, 환수율은 1.7%에 그쳤다. 대다수 은행들이 30~40%의 환수율을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횡령액 85억7500만원 중 63.1%인 54억1300만원을 환수했다. 기업은행도 횡령액 34억원 중 44.1%인 15억원을 환수했다.
700억원 규모의 횡령사건을 제외하더라도 우리은행의 환수율은 17.7%에 불과하다. 지난달 터진 100억원대 횡령사건은 사기 등의 혐의가 있어서 금감원이 제출한 횡령 사건 금액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17개 국내은행의 지난 10년간 횡령금액은 1642억9200만원, 적발된 횡령직원은 182명에 달한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