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신용등급 하향 기업 크게 증가
PF 구조조정 가속화에 잠재부실 현실화
상향 3곳 하향 17곳 이중 8곳 저축은행
올해 상반기 금융업권에서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된 기업이 크게 증가했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잠재부실이 현실화됨에 따라 이를 신용등급에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신용등급 또는 등급전망이 상향조정된 기업은 3개사에 그치고, 하향조정된 기업이 17개사다. 이중 8곳이 저축은행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PF 사업 비중 따라 업종별 차별화 = 2일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금융업권의 2024년 상반기 신용등급은 하향조정이 상향조정보다 크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스신평이 올 상반기 신용등급 또는 등급전망을 상향조정한 기업은 3개사로 전년도 4곳보다 1곳 줄었다. 하향조정한 기업은 17개사로 전년도 7개사에서 10개사가 더 늘었다.
하향조정이 발생한 업종은 저축은행이 8개사로 가장 많았다. 이어 증권사(3개사), 할부리스(1개사), 부동산신탁사(1개사), 은행(1개사), 생명보험사(1개사), 부실채권(NPL)투자사(1개사), 렌탈(1개사) 등 순이었다.
한기평의 평가도 비슷하다. 한기평은 금융부문 6개사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10개사의 등급전망을 변경하는 등 총 16개사의 신용을 하향조정했다. 저축은행은 4개사의 신용등급이 하향되고 3개사의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되는 등 변동이 가장 많았다. 고금리 지속과 부동산 PF 리스크 확대에 따른 업종 전반의 실적 악화 및 건전성 저하가 반영된 결과다. 증권(1개사), 할부리스(2개사), 부동산신탁(1개사) 업종에서도 모두 부정적인 방향의 신용등급 또는 등급전망 조정이 나타났다.
금융업권의 최근 수익성은 부동산 PF 사업 비중에 따라 업종별로 차별화 현상이 나타났다. 작년에는 부동산 PF 사업비중이 낮은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신용카드의 실적이 양호했던 반면 부동산 PF 사업비중이 높은 증권, 할부리스(캐피탈), 부동산신탁, 저축은행은 실적이 크게 저하된 바 있다. 특히 저축은행은 2014년 이후 9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이런 흐름은 올해 들어서도 지속되며 더 확산됐다.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 리스크가 커지면서 저축은행에 이어 부동산신탁도 적자로 전환했다.
◆증권·캐피탈·저축은행 재무안정성 저하 불가피 = 증권업종은 주식거래대금 증가에 힘입어 1분기 수익성이 전년 동기 대비 반등했지만 지난 5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정책 방향’에 따라 2분기 이후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적립부담이 확대될 전망이다. 때문에 증권, 할부리스, 부동산신탁, 저축은행 4개 업종은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PF 구조조정이 가속화하면서 잠재부실 현실화가 증가해 신용위험이 상승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혁준 나신평 금융평가본부장은 “고금리 장기화는 이제 받아들여야 하는 주어진 현실이고 부동산 PF 구조조정은 필연적 과정”이라며 “부동산 PF 잠재부실 정리가 본격화하면 관련 익스포저가 많은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은 단기적으로 재무안정성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나신평이 작년 말 기준 시행한 스트레스테스트에 의하면 3개 업종의 시나리오별 예상손실은 8조1000억원~13조8000억원 수준이다. 3개 업종은 2023년 말 기준 부동산 PF 익스포져에 대해 총 5조원의 충당금 및 준비금을 적립해놓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감안한 시나리오별 추가 적립 필요충당금은 3조~8조7000억원 수준이다.
하반기 이후에도 부동산 PF 리스크 확대가 금융부문의 사업환경과 등급방향성에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칠 것으로 판단하며, 고금리 지속, 경기 회복 지연도 여전히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금융업권 전반적으로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감소추세이고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도 확대되었지만, 여전히 부실 확대에 따른 추가 대손비용 부담과 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김태현 한기평 금융실장은 “부동산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신탁사업 자금지출과 대손비용 확대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고, 수익성 및 재무건전성 저하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저축은행, 할부리스, 부동산신탁, 증권업종은 고금리지속 및 부동산 PF 부실 확대에 따른 수익성 하방 압력과 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계속해서 신용도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