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주장'에 경찰, 정밀 감정 착수

2024-07-02 13:00:53 게재

“음주 상태나 마약 복용 상태는 아냐” …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피의자 입건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사고차량에 대한 정밀 감정에 착수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2일 오전 “급발진 주장은 현재까지 가해자 진술 뿐”이라며 “차량에 대해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사망자는 9명은 모두 남성으로, 30대 4명과 40대 1명, 50대 4명 등이다. 이 차 운전자인 60대 남성 A씨는 의식이 있는 상태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측정한 결과 음주 상태나 마약 복용 상태는 아니였다”며 “피의자가 갈비뼈 골절 상태로, 의사 소견을 듣고 입원 기간이 길어진다면 병원에서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1일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 인도에 사고 여파로 파편이 흩어져 있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역주행 후 보행자 덮쳐 = 사고 당시 장면이 찍힌 CCTV 영상과 목격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9시 27분쯤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온 진회색 제네시스 차량이 굉음을 내며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세종대로 18길)를 200m 가량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이 차량은 빠르게 달려 도로에 있던 BMW와 소나타 차량을 잇달아 추돌한 후 왼편 인도 쪽으로 돌진해 또다시 ‘쾅’ 소리를 내며 안전펜스를 무너트리고 보행자들을 덮쳤다. 이 길은 북창동 음식거리로 들어가는 길목이어서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다.

CCTV 영상에는 편의점 앞 인도에서 대화를 나누던 시민 여러 명과 휴대전화를 들고 걸어가는 시민이 미처 피할 새도 없이 뒤에서 달려오는 차량에 변을 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차량은 그 뒤로도 인도와 횡단보도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다른 보행자들을 들이받았고, 교차로를 가로질러 반대편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에 다다라서야 멈춰 섰다.

차량이 연기를 내며 스스로 멈추자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몸을 피하는 장면도 CCTV 영상에 찍혔다.

◆피의자 “브레이크 밟았다” 주장 = 한편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 A씨는 “사고 원인은 차량 급발진”이라는 주장하고 있다.

A씨는 2일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사고 원인은) 100% 급발진”이라며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으나 차량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호텔에서 행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차가 평소보다 이상하다고 느꼈다”면서 “운전을 오래 했고 현직 시내버스 기사이기 때문에 이런 느낌이 있었는데, 이후 갑자기 차량이 튀어나갔다”고 말했다.

A씨는 운전면허를 1974년에 따는 등 본인이 ‘베테랑 운전사’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A씨는 갈비뼈 골절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현장에서 검거된 뒤 경찰에 급발진 사고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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