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제2의 ‘아리셀 참사’ 막으려면
“이주노동자에게 안전교육만 제대로 실시하고 위험물질에 대한 안전장치를 갖췄다면 무고한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네팔 출신 노동자인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위원장이 최근 경기 화성시 아리셀공장 화재현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이 자리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칭)는 “이번 화재는 유해위험성 관리를 사업장에만 맡기는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참사”라며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관리시스템 마련을 촉구했다.
실제 화재가 난 지난달 24일까지 아리셀에 용역업체를 통해 투입된 근로자들은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한번도 없고 비상구가 어딨는지도 몰랐다”고 주장해 경찰이 사실확인에 나섰다. 그런데 참사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최근 3년간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인정받아 산재보험료 감면혜택까지 받았다고 한다.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그런데 정부의 안전관리 실상을 알면 더 혀를 차게 된다. 2015년 유해화학물질법이 개정된 이후 관련 사업장의 인허가·점검 권한이 지자체에서 환경부로 넘어갔다. 이 사업장들에 대한 인허가·관리 권한은 경기도·화성시에 없다. 현재 경기도 내 유해화학물질 사업장은 5934곳에 달한다. 아리셀도 유해화학물질 사업장이다. 하지만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의 화학물질시설 관리인력은 6명이라고 한다. 1명이 약 1000곳을 관리하는 셈이다.
일반근로 및 산업안전 감독도 비슷한 실정이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3000명 수준인데 감독대상 사업체수는 200만개에 달한다. 고용부 e-고용노동지표에 따르면 일반근로·산업안전 감독이 실시된 사업장은 3만8000개로 전체의 1.94%에 불과하다(2021년).
이런 이유로 경기도는 2019년부터 근로감독권한 공유를 중앙정부에 요구해왔다. 고용부 관리감독 아래 30인 미만 사업체에 대한 근로감독 역할을 지자체에 부여해 달라는 것이다. 도는 2020년부터 ‘노동안전지킴이’를 운영 중인데 제재권한이 없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개선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31개 시·군에 104명이 활동 중인데 지난해 이들이 적발해 개선을 요청한 건수가 무려 9만건에 이른다.
화성시는 참사 직후 재발방지를 위해 ‘산업안전본부’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2만8590개 제조업체가 있고 위험물질 취급업체도 많은 만큼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고위험기업 안전관리, 외국인근로자 안전교육 등 현장지원체계를 직접 마련하고 산업단지관리공단 설립도 경기도에 요청한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안전관리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중앙정부의 일부 권한을 지방에 이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제2의 아리셀’ 참사를 막으려면 서둘러 현장중심의 안전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