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울릉도 독도 연구 10년, 그리고 나아갈 길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기지)가 개소 10주년을 맞았다. 기지는 2014년 일본 시마네현 다케시마의 날 조례제정에 대응해 경상북도의 독도지키기 종합대책으로 문을 열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위탁운영을 맡고 있는 기지는 독도 연구의 전진기지다. 그동안 140여 차례 독도 현장조사를 통해 독도바다사자 유전자 정보 확인과 한국 미기록종 ‘동해비늘베도라치’ ‘둥근측컵돌산호’ 발견 보고 등 과학적 성과를 올렸고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 실종자 발견 등 국가 현안에도 적극 참여했다.
경북도 독도지키기 종합 대책으로 문열어
기지는 표층가두리양식장 운영, 유용해양생물 육성 실험, 신물질 발견 연구 등을 통해 기르는 어업, 고부가가치 해양수산업 육성에도 기여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지의 연구활동을 바탕으로 전시물을 구성한 울릉도·독도해양생태관과 울릉도 해양보호구역방문자센터 운영을 통해 해양영토교육과 해양·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또 독도특수목적입도객지원센터 운영기관으로서 관련 연구자들의 활동을 도우면서 기관협력연구를 활발히 진행해 울릉도·독도의 학제간 융합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게 활동했다. 2022년 소형연구선 독도누리호 취항으로 연구인프라도 개선됐다.
하지만 연구·교육을 담당하는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어 극복해야 할 문제다. 울릉도 유일의 연구기관이라는 특성상 개소 초기에 비해 대내외적으로 요구되는 역할은 크게 증가했지만 인력공급은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단기 일용직으로 대체하거나 외부공동연구자와 함께 하는 식으로 대응해왔지만 체류를 위한 숙소 부족으로 공동연구도 제약이 크다.
울릉도 바다는 수중경관이 뛰어나고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어 동해안 최초의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올해가 10년째다. 해양영토 확장의 기점이 되는 주변 바위는 대한민국 최초의 국가지질공원에 속한다. 울릉도·독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열대화되는 바다이기도 하다. 바다의 여름일수는 1960~1970년대 약 70일 가량에서 최근 150일로 크게 증가했다. 아열대종인 자리돔이 독도의 최우점종 어류가 됐다. 기후변화와 연안 개발로 해조류가 점차 감소하는 갯녹음 현상이 전체 면적의 30% 가까이 확장되고 있다.
주민참여형 울릉도 독도연구 계획
열악한 교통 의료 교육 문화 인프라로 학생들이 떠나고 싶어하고 섬은 초고령 사회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기지는 지역 출신 청년들이 선호하는 우수한 일자리로 평가받는다. 기지는 지역 출신 청년들을 성장시키고 그들과 함께 발전해야 한다. 노인세대는 섬의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평생 바다를 관찰한 해녀는 기후변화 연구의 훌륭한 안내자이고, 어르신들이 재현한 떼배 노질은 기지와 만나 동해안 최초의 국가중요어업유산이 됐다. 특별한 건조방식을 갖는 울릉도 오징어어업의 국가중요어업유산 등재도 시도되고 있다.
이런 일련의 노력들은 섬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고 어업인이 삶의 터전으로 지켜온 울릉도 독도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기지는 주민참여형 연구 활성화로 주민의 삶을 돕고 주민과 함께 바다와 독도를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기후위기의 시대, 해양과학으로 밝히는 울릉도·독도의 오래된 미래와 섬의 가치’를 기지 비전으로 내세웠다. 동해 해양생태계의 오아시스, 울릉도·독도 바다를 주민과 함께 그리고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섬의 가치를 밝혀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