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도 업종구분 없이 ‘단일 적용’

2024-07-03 13:00:01 게재

최저임금위서 ‘차등 적용안’ 찬성 11표, 반대 15표로 부결 … 경영계 “향후 회의 참여 고민”

최저임금위원회(최저임금위)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는 안건을 표결 끝에 부결시켰다. 내년에도 업종과 관계없이 단일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최저임금위는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11명, 반대 15명, 기권 1명으로 최종 부결됐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구분 적용’과‘적용 확대’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금지선 한국메이크업미용사회 회장이 ‘구분적용 시행’을 요구하고 있고(사진 왼쪽) 근로자위원 전지현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위원장은 ‘적용대상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각 9명으로 총 27명으로 구성됐다. 근로자 위원들이 모두 반대, 사용자 위원들이 모두 찬성했을 것을 가정하면 공익위원 9명 중 2명은 찬성, 6명은 반대, 1명은 무효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1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구분 적용이 실시된 것은 최저임금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이 유일하다.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은 경영계 요구사항이다. 경영계는 6차 회의에서 한국표준산업분류 기준 한식·외국식·기타 간이 음식점업과 택시 운송업, 체인화 편의점을 구분 적용이 필요한 업종으로 제시했다.

이날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그간 일률적이고 경직적으로 운영되던 최저임금이 조금이나마 유연화되는 역사적 분기점이 되길 기대한다”면서 “숙박음식업은 37.3%에 달하는 최저임금 미만율, 90%에 육박한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87.8%) 그리고 제조업 대비 21%에 불과한 1인당 부가가치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 수용 능력이 제일 열악한 업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자위원들은 업종별 차등 적용이 최저임금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차별이며, 저임금 업종이라는 낙인을 찍고 구인난을 더 심화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에서도 “차별적용을 통해 사용자 단체가 주장하는 대로 택시운송업, 체인화 편의점업, 그리고 음식업종의 경영 및 인력난, 최저임금 지불능력이 해결 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오히려 근본적인 문제인 불공정거래, 비정상적인 임금구조, 과다경쟁 문제 등을 개선해야만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이인재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표결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회의에서도 표결에 강력 반대했다.

노사 위원들에 따르면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이 표결을 막기 위해 위원장의 의사봉을 빼앗거나 배포 중인 투표용지를 찢기도 했다. 표결 이후 이 위원장과 민주노총은 사과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위는 “위원장이 일부 근로자위원의 투표 방해행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고 향후 이러한 행동이 재발할 경우에는 발언 제한, 퇴장 명령 등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적극 검토할 것임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회의를 마친 후 사용자 위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2025년 최저임금의 사업종류별 구분 적용 결정 과정에서 벌어진 일부 근로자위원들의 무법적인 행태와 이를 방관한 위원장의 미온적인 대응에 대해서 강력히 비판한다”고 밝혔다.

사용자 위원들은 “물리적 방법까지 동원해 표결 진행을 방해한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의 행태는 민주적 회의체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행태”라며 “회의 진행과 절차의 원칙이 무너진 상황 속에서 향후 회의에 참여할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사용자위원들이 굉장히 격앙돼 있는 상태라 논의를 심각하게 해야 될 것 같다”며 “4일 회의 시작 전에 모여 (참여를) 논의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제8차 전원회의는 4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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