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동의청원서도 진영간 ‘탄핵’ 경쟁
문 대통령 탄핵 청원도 사흘만에 10만명
“해법은 권한 집중된 대통령이 찾아야”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도 취임 4년차인 2020년2월 28일에 올라와 사흘만인 3월 2일에 10만명 요건을 모두 채우는 등 보수진영의 결집력을 보여줬다. 청원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우한 폐렴(코로나19)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해 국민의 생명을 위협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자 곧바로 같은 달 4일에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 반대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고 일주일 만에 10만명의 동의자를 얻어 법사위로 넘겨졌다. 두 탄핵 청원은 단 한 차례의 논의도 없이 폐기됐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019년 4월 30일에 올라와 청원종료 약 3일 전에 20만명의 동의를 얻어냈고 이듬해인 2020년 2월에도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에 140만명이 넘는 동의자가 몰리며 힘을 실어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탄핵의 일상화’를 팬덤 정치가 불러온 현상으로 봤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 진영이 극단적 양극화에 쏠려있고 대화와 타협, 정치가 사라진 상황에서 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중간 단계가 사라져 있다”며 “대통령은 거부권, 민주당은 입법독주와 탄핵 등 헌법과 법률에서 가능하다고 제시한 모든 권한을 ‘법대로’ 쏟아 붓고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강력한 지지층의 요구를 양 진영에서 그대로 수용해 반영하는 모습”이라며 “종국에는 어떤 모습이 될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탄핵’이 과거에는 입에 담기조차 쉽지 않은 단어였는데 이제는 아주 쉽게 꺼낼 수 있는 단어가 됐다”면서 “팬덤 정치에 의한 극단적 여야관계가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는 만큼 대통령이 나서 대치국면의 해법을 찾고 국정과 여야 관계를 풀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가장 큰 갈등의 원인이 뭐냐. 대통령의 독주”라며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민심은 국정기조를 전환해라, 대통령님께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이것 아니겠느냐. 지금 그렇게 되면 대통령이 노력을 해야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