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압수수색, 구체 규정 필요”
영장 증가, 압색 절차 개선 연구
형사법무정책연구원 학술대회
수사 당국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디지털 압수수색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2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개원 35주년 국정현안 대응 학술대회를 열고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절차 개선 연구’ 주제 발표를 통해 “압수수색 과정에서 참여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종욱 부연구위원은 발표에서 “개인정보가 핸드폰이나 개인용 컴퓨터, 인터넷접속서비스(ISP)에 무제한 집적·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이 이뤄질 경우 혐의와 무관한 정보도 포괄적으로 수집·사용·보관될 위험이 매우 높다”면서 “정보의 활용과 보호에 균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단순 상해사건도 양형 이유로 핸드폰을 압수수색하기 때문에 디지털정보 압수수색을 하지 않는 사건은 없다고 보면 된다”며 “법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허용할 것은 허용하고 허용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아야 하는 시점에 왔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법원에 접수된 압수수색·검증영장 청구 건수는 2021년 34만7623건, 2022년 39만6870건, 지난해는 45만7160건으로 증가했다. 영장 발부율은 2021년 91.3%(31만7496건), 2022년 91.1%(36만1613건), 지난해 90.8%(41만4973)를 보였다.
형사소송법 121조에는 검사, 피고인(피의자) 또는 변호인은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에 참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세부 규정이 없어 압수수색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대법원 판례에 따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5년 7월 전원합의체 결정(2011모1839)에서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압수자측에 참여 기회를 주지 않게 되면 수사기관은 무관정보를 제한없이 취득할 수 있게 된다”면서 “피압수자측의 참여권을 전혀 보장하지 않는 것은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한 것과 동일한 정도의 적법절차 위반이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참여권자를 피압수수색 당사자나 변호인으로 표기해 형사소송법 표현과는 차이를 보인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제3자나 피해자가 범죄정보를 보관하는 경우도 빈번해 피압수자와 피의자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압수수색 종료시점도 문제가 된다. 대법원은 저장매체나 복제본이 수사기관으로 반출 또는 그로부터 유관정보를 탐색·선별하는 행위를 수색에 해당한다고 본다. 하지만 디지털정보 특성상 압수절차 종료시기를 수사기관 내 유관정보 선별작업 시까지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참여권 보장을 빌미로 수사진행을 방해하거나 피의자 참여일자를 연기해 수사에 지연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참여권 보장 절차 입법이 필요하다고 박 연구위원은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참여권에 대해서는 검찰과 법원, 학계의 첨예한 이견으로 10년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그간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입법적 대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