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국가의 미래 튼튼한 재정에 달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금이 덜 걷혀 국가재정에 비상이 걸렸다. 급기야 정부는 올해도 조세수입이 예상보다 훨씬 적을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조기경보시스템까지 발동한 상황이다. 한마디로 올해도 세수부족이 기정사실화 되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올해 1~5월까지 국세수입은 총 151조원으로 세수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9조1000억원 감소했고, 최근 5년 평균 세수 진도율인 47%보다 낮은 41.1%에 불과한 상황이다. 특히 2022년 법인세법 개정으로 대기업 법인세 인하 효과가 올해부터 발생하는데 기업실적 악화까지 겹치면서 법인세 실적이 지난해 동일한 기간보다 약 15조원이나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부와 여당은 부자감세 정책이 대단한 경제활성화 정책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민간의 투자와 소비수요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아직도 부자감세 정책만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완화 또는 폐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상속세 완화 등 우리사회의 부유층과 관련된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정책을 연이어 내놓았다.
극소수 부자들에게 혜택 돌아가, 응능과세 원칙 지켜져야
국세청 통계자료를 보면 2022년 상속세 결정세액의 77.3%(14조8957억원)가 상속재산 500억원을 초과하는 슈퍼부자 26명(0.16%)에게 부과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들을 제외하면 상속세 과세표준에서 결정세액이 차지하는 비율인 ‘실효세율’은 28.9%이고,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결정세액이 차지하는 비율인 ‘담세율’은 14.7%에 불과하다. 또 2022년 종합부동산세 10분위 결정현황을 살펴보면 상위 30%가 결정세액의 91.2%를 납부했다.
정부는 일반적인 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을 보유했지만 주택가격을 모두 합해도 가액이 크지 않을 때는 종합부동산세를 부담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는데, 지금도 시세 40억원의 강남아파트를 공동 소유한 부부는 종합부동산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다. 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인하 조치로 고가·다주택자들에게 적용되는 중과세율 적용대상이 2022년 48만3454명에서 2023년 2597명으로 줄어들어 99.5%가 적용되지 않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 결국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종합부동산세 완화 및 폐지의 혜택은 극소수 부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재산이나 소득 등 능력이 상대적으로 많은 납세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는 소위 ‘응능부담의 원칙’은 지켜지지 않아도 되는가. 헌법재판소는 응능과세원칙의 법적 구속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오늘날 소득 재산 부와 같은 납세능력 내지 담세력에 따라 부담하여야 한다는 소위 응능과세의 원칙이 강조되고 있으며(중략) 과세대상의 선정규정과 담세력의 산정규정에 합리성이 배려되어 결국 과세 적격사유가 있는 대상에 대하여 그 능력에 합당한 과세액이 부과·징수되도록 규정되어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국민 여론 부자감세에 반대, 공정과세 원해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매월 전문여론조사기관을 통해 국민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은 대안 없는 부자감세 정책에 반대하며 불공정한 조세정책에 분노하고 있다. 6월 말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경제적 능력이 큰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공정과세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60%, 현 정부의 감세정책이 ‘부자감세’라는 지적에 공감하는 비율이 52%로 나타났다.
우리는 역사적 교훈으로부터 원칙 없는 재정 운영이 국가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특히 부자감세는 현 세대 부유층의 세금을 깎아주고, 이 부담을 고스란히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이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건전성 견지에도 역행하는 정책 추진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튼튼한 재정에 달려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