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신해양강국 전환’ 외치는 미국
중국 북부 항구도시 톈진시가 운영하는 톈진연안방송국이 1일부터 북극해 기상정보를 방송하기 시작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해안을 따라 베링해협, 드미트리 라프테프해협, 벨리키츠키해협, 카라해협 등의 해빙 상황을 분석하고 예보를 전한다.
중국은 말라카해협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에즈운하를 대신할 북극해 항로를 더 많이 활용하려 한다. 북극해에 연결된 해안선은 없지만 2018년 이후 ‘북극인접국가(Near-Arctic State)' 정책을 명확히 하고 있다. 지구평균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온도가 상승 중인 북극해는 중국까지 뛰어든 지정학적 전략경쟁으로 더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해양굴기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해양판 공급망 재편을 논의 중이다. 미 의회는 지난 4월 중국의 해양굴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해양전략을 위한 의회지침’을 함께 발표했다.
지침은 극지방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는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요인에 대응하고, 미국의 선박건조 능력을 키우며 미국 국적선단 규모와 운송능력을 확대하는 등 ‘지금 의회가 할 수 있는 10가지 일’을 명시했다. 유럽과 아시아로 넘겼던 해운·조선산업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뚜렷하다. 지침은 미국의 모든 해양업무와 정책을 조율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 국가해양위원회 설치도 촉구했다.
미 의회가 제기한 해양전략은 정부와 시민사회로 공감대가 확대되고 있다. 미 해군은 5월 이 지침을 채택했다. 미 해군은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한 한국의 한화그룹 투자가 “새로운 ‘해양외교전략’의 판도를 뒤집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하며 중국에 뒤처진 조선능력을 키우기 위한 의회의 노력에 힘을 보탰다.
제니퍼 카펜터(Jennifer Carpenter) 미국 해양파트너십 회장은 지난달 28일 미국 해양전문언론 지캡틴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해운·조선 확장은 미국과 동맹국에 중대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며 “미국은 새로운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해양력에 대한 약속을 갱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고 해양력을 가진 미국이 변화하는 지정학 질서 속에 상대적으로 쇠퇴한 해양력을 다시 강화하자며 뛰고 있다. 하지만 해양을 통해 성장한 한국에서는 오히려 해양이 잊혀지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시민사회의 신해양강국운동을 받아서 신해양강국건설을 공약했다. 하지만 집권 2년이 지나도록 후속 정책은 감감무소식이다. 국가해양위원회는 물론 문재인정부에서 사라진 대통령실 해양수산비서관도 두지 않고 있다. 22대 국회라도 신해양강국으로 가는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야 할텐데 그게 가능할까.
정연근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