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탄핵’에 검찰 반발 확산
송경호 부산고검장 “나를 탄핵해야”
고위간부부터 평검사까지 불만 표출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의 형사사건 등을 수사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한 데 대해 검찰 내부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대검찰청이 3일 오후 ‘검사 4명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한 이원석 검찰총장의 기자회견 발언 요지와 질의응답을 정리해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게시하면서 검찰 내부 반발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4일 대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현재 이 게시글에는 현직 고검장과 검사장을 비롯한 현직 검사들의 댓글이 224개 달렸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를 총괄했던 송경호 부산고검장(사법연수원 29기)은 전날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탄핵이 위헌·위법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며 “실무를 담당한 후배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통해 직무를 정지시켜 수사와 재판을 지연시키지 말고, 2022년 5월부터 2년간 중앙지검장으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공소유지를 총괄하였던 나를 탄핵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헌법재판을 통해서 민주당의 검사탄핵이 위헌탄핵·위법탄핵·사법방해탄핵·보복탄핵·방탄탄핵에 명백히 해당됨을 국민들에게 알려드리겠다”고 썼다.
서울중앙지검은 송 고검장 재임 당시인 2022년 9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3월과 10월에는 각각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등으로 두 차례에 걸쳐 불구속기소했다.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등 주요 사건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댓글에서 “입법부의 ‘탄핵소추권 남용’은 반드시 바로 잡혀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법치가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질 줄 몰랐다”며 “실무를 모르는 정치인들의 실질 없는 맹탕 제도 개악으로 인해 매일 검사실에서 기록 더미에 묻혀 씨름하는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이 전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을 맡아 온 김유철 수원지검장은 “위헌·위법·사법방해·보복·방탄…총장께서 명징하게 밝혀주신 이 야만적 사태의 본질을 기억하자. 그리고 우리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자”고 썼다.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의 특혜채용 의혹을 수사하는 박영진 전주지검장 역시 “무수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부패 정치인 또는 그가 속한 정치세력이 검사를 탄핵한다는 건 도둑이 경찰 때려 잡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는 입법독재를 넘어선 입법 폭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진동 대구고검장도 “본 탄핵이 헌법에 반하고 불법이라는 점은 명확하다”며 “폭거로 어려움에 처한 검사님들을 적극 지지하고 응원한다”고 적었다.
대검 공공수사부장을 지낸 박기동 대구지검장은 “억지 탄핵으로 아무리 그물을 찢으려 해도 천라지망을 벗어날 수는 없다”며 “우리 모두 함께 총장님을 중심으로 법치파괴에 단호히 맞서 헌법질서를 수호해야 할 때”라고 적었다.
댓글이 아니라 게시글로 의견을 밝히는 평검사들도 나오고 있다.
의정부지방검찰청 소속 김석순 검사는 이날 “떠들썩해야 할 검사 게시판이 조용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검찰 구성원들이 침묵으로써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에 광주고검 박철완 검사가 “짧은 소감을 적어 침묵을 깨고자 한다”고 게시글을 올렸다.
박 검사는 “이번 검사 탄핵 시도는 검찰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 다가올 역경 시리즈의 서막”이라며 “검사들이 결코 동료들이 부당하게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말로만 힘이 돼 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고 게시판에 적었다.
이에 앞서 퇴직 검사들의 모임인 검찰동우회(한상대 회장)도 입장문을 내고 반발했다. 검찰동우회는 3일 민주당의 탄핵안을 “파렴치한 검찰 말살, 검사 겁박 행태”라며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검찰동우회는 “탄핵 사유가 근거 없음이 명백함에도 억지 논리를 앞세워 이재명 담당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은 검사들에 대한 명예훼손이자 불법행위”라며 “명백한 위법으로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한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당은 2일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엄희준 부천지청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의 형사사건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