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트랙 올라간 ‘채 상병 특검’…수정안에 시선 쏠린다

2024-07-04 13:00:33 게재

‘24시간 필리버스터’ 종료되면 처리 … 여당, 이탈표 단속

한동훈·천하람, 수정안 제시 … 조국혁신당 “특검추천권 양보”

3~4일 이틀째 진행중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종료되는 4일 오후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될 전망이다. 22대 국회 첫 통과 법안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15번째 거부권 행사 법안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재의결과 수정안 쪽으로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이 4일 오전 국회에서 필리버스터(법안 처리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기정사실 된 15번째 거부권 = 특검법안 통과 예상 시점은 4일 오후 4시쯤이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 종결 요구서가 접수된 뒤 24시간이 지나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강제 종료할 수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후 5분 만에 종결 요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

민주당 주도로 특검법이 통과되면 21대 국회 때 밟았던 절차가 또 한번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국회 재표결 등이 차례대로 이뤄지게 된다.

첫번째 관전 포인트는 재표결 때 통과 가능성이 얼마나 있느냐다. 여당 국회의원 108명 중 8명 이상만 특검법에 찬성을 해준다면 재의요구권 무력화가 가능하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여당 지도부가 벌써부터 표단속에 나서고 있고, 민주당의 단독처리가 반복되면서 여권 내 반발감도 고조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관전 포인트인 수정안 제시 가능성에 대해선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온다. 여당 당권 유력 주자인 한동훈 후보는 당대표가 되면 채 상병 특검법을 국민의힘 주도로 발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의 특검법에선 특검 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하고 있는데 ‘한동훈 수정안’에선 야당이 아닌 대법원장 등 제3자에게 주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혁신당에선 천하람 원내대표가 특검추천권을 대한변협에 주자는 내용으로 수정안을 냈다.

수정안 가능성은 민주당 내에서도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명확하다면 수정안을 준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내일신문 2일자 1면 참조)

현 특검법 상 특검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국혁신당도 “특검 추천권을 양보하겠다”면서 수정안 가능성을 내비쳤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4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조국혁신당이 안 하겠다고 하면 개혁신당 진보당 등이 할 수도 있다”면서 “법안 재발의할 때 (수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채 상병 특검법’ 수정안을 말하는 것 자체가 단일대오를 흐트리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검토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채 상병 특검법 때문에 민주당의 검사탄핵이나 우리 당 전당대회같은 게 다 묻히지 않았느냐”면서 “출구전략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상범 주진우 박준태 16시간 반대토론 = 한편, 3일 오후 3시 40분쯤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4일 오전 10시 현재 18시간을 넘어섰다. 국민의힘에선 유상범 주진우 박준태 의원이 차례대로 나서 반대토론을 했다.

4시간 이상 발언한 유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이미 수사중인 만큼 특검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오로지 대통령 탄핵 교두보를 위한 특검”이라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5시간 이상 반대토론을 이어가며 박정훈 전 대령의 조사의 공정성을 따졌다. 그는 “박 전 대령은 단기간에 급하게 수사 결론을 내렸다”면서 “대장동 비리를 일주일이나 열흘 만에 민주당 인사 10명씩 입건해서 조사 받으러 나오라 하면 민주당 의원들은 수긍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7시간 가량 반대토론을 한 박 의원은 특검법안의 정치적 편파성을 지적하며 “편파적인 법안을 주장하는 것은 순직한 해병대원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선 박주민 서영교 의원, 조국혁신당에선 신장식 의원이 나서 찬성토론을 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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