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시세조종’ 19일부터 신속 수사 가능해진다
가상자산거래소, 증거 충분하면 수사기관 직접 신고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와 달리 금융당국 안 거쳐도 돼
거래소, 이상거래 상시감시체계 구축해 본격 가동 돌입
코인 시세를 의도적으로 올리거나 내리는 행위 등 가상자산(코인) 불공정거래가 이달 19일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코인거래소는 시세조종 등이 의심되는 이상거래를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가동에 들어갔다. 거래소는 19일 0시부터 불공정거래 혐의를 입증할 만큼 충분한 증거를 확보할 경우 수사기관에 직접 신고할 수 있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거래소의 이상거래 상시감시체계 구축을 완료했다고 4일 밝혔다.
코인 불공정거래 적발과 처벌 시스템은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관련 시스템과 사실상 거의 같다. 다만 자본시장의 경우 한국거래소가 혐의를 포착하더라도 수사기관에 직접 신고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당국에 통보해서 금융당국 조사 후 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시스템이다. 코인 불공정거래의 경우는 거래소의 직접 신고 기능을 뒀다는 점에서 보다 신속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다.
주식시장 불공정거래는 금융당국의 조사와 제재 절차를 거치는 동안 증거인멸과 도주 등의 우려가 있으며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코인 불공정거래는 거래소에서 수사기관으로 사건이 바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른 처벌을 기대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이 자본시장 보다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직접 신고 기능을 둔 거 같다”며 “내부자가 제보를 했고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제보내용이 대부분 사실이면 거래소가 직접 수사기관에 사건을 보낼 수 있는 등 수사기관에 직접 신고할 수 있는 기준을 몇 가지 마련했다”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 거래소들은 이상거래 상시감시체계 구축에 들어갔다. 매매자료 축적시스템과 이상거래 적출시스템을 구축했다. 매매자료 축적시스템에는 호가정보, 매매 주문매체 정보(매매주문 IP, 주문매체유형 등) 등이 축적된다. 혐의 계정의 매매주문이 얼마나 시세를 변동시켰는지 확인이 가능하고, 혐의계정과 연계성이 있는 계정을 찾는데 유용해졌다.
이상거래 적출시스템은 가격·거래량이 정상범위를 벗어난 종목·기간을 탐지하고 해당 종목·기간에서 주문·체결관여율 등이 높은 계정을 적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5대 원화마켓 거래소와 주요 코인마켓 거래소는 시스템 구축을 마친 상태다. 다만 경영상태가 열악한 코인마켓 거래소 2곳은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인 거래량 기준으로 99.9%에 대한 감시 체계가 갖춰졌다”며 “시스템 구축을 못한 거래소는 실제로 거래량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이 증권사를 거쳐서 거래소에서 매매가 이뤄지는 구조지만 코인시장은 투자자들이 거래소를 직접 이용하기 때문에 이상거래가 보다 쉽게 적발될 수 있다.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는 다수 명의 계좌로 여러 증권사를 이용해 천천히 주가를 올려 오랫동안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코인 시장의 경우 거래소가 모든 투자자의 거래 패턴을 확인할 수 있어서 혐의 계정과 연관성이 있는 계정을 찾아내는 데 보다 유리하다.
거래소들은 상시감시 전담조직을 마련했으며 전담조직은 이상거래 적출·분석·심리 업무를 할 수 있는 전문인력들로 구성됐다.
A거래소의 경우 이상거래심의위원회 산하 전담부서를 신설해 온체인 모니터링, 상시감시, 심리분석 업무를 17명이 수행한다.
코인시장 불공정거래 적발대상 행위는 △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조종△부정거래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행위와 같다. 금융당국의 조사권한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이 직접 조사를 벌이지만 현장조사권과 영치권(자료 압류권)은 없다.
영치권은 휴대폰과 하드디스크의 디지털 포렌식을 위해 필요한 권한이다. 현장조사권과 영치권은 금융위원회에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공동조사 형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의 감독 권한이 미치지 못하는 민간 영역에 대한 조사라서 권한이 제한적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