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검찰과 전면전’…고강도 ‘검사 탄핵조사’ 예고
이달부터 탄핵검사 1명씩 불러 ‘청문’ 절차 진행
자료 제출·출석·증언 의무 … 거부하면 강한 처벌
검찰 “이재명 방탄” 반발에 민주당 “검사 방탄” 맞불
허위진술 회유·증거 조작 모의 등 수사 방식 도마위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과의 전면전에 나섰다. 4명의 검사들을 상임위에 각각 불러 세워놓고 이들의 수사행태와 방법 등을 따져 물을 예정이다. 이 자리는 ‘민주당 대 검찰’의 맞대결 장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우세할 것이라고 예단하기 어렵다. 검찰의 집단 대응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4명의 검사 탄핵안을 대표발의한 법사위 소속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5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탄핵조사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열흘 정도 뒤에는 시작할 것”이라며 “4명의 탄핵 대상 검사를 따로따로 부르고 자료제출, 증인, 참고인 채택 등으로 검찰의 수사나 조사 방식, 절차, 내용까지 따져 물을 예정”이라고 했다. 장 의원은 “탄핵조사는 국정조사에 준해 이뤄지므로 불출석이나 위증에 대한 처벌과 조치가 매우 강력하다”면서 “검사들이 묵비권을 행사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했다.
국회법 ‘탄핵소추’에서는 탄핵소추사건의 조사에 대해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조사의 방법 및 주의의무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조사를 받는 국가기관은 조사가 신속히 완료될 수 있도록 충분히 협조해야 한다’는 ‘조사협조의무’도 명시해 놨다. 국정조사법에 따라 감사 또는 조사를 위한 증인, 감정인, 참고인의 증언이나 감정 등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게 돼 있다. 이 법률에서는 자료제출과 증인의 출석, 증언을 거부할 수 없도록 강제하고 있고 이를 어길 경우엔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위증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 가능하다. 처벌의 하한선을 둔 강력한 제재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만만치 않을 검찰의 반격 = ‘탄핵조사’의 객관적 환경은 민주당에 유리하다. 법사위엔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있고 민주당 소속 검찰 출신 의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 홈그라운드인 국회로 검사를 불러들여 다수의 의원들이 집중 추궁한다는 점, 민주당에 호의적인 증인과 참고인을 출석케 해 검사 주장에 대한 반대 논리를 강화할 수 있는 점 등 분명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반면 검찰의 대응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총장과 검사장 등 검찰의 집단반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인 출신의 민주당 의원은 “주요 사건 수사는 검사 한명이 하는 게 아니라 수사를 할 건지 여부나 내사를 하거나 중단할 것인지 여부 등은 검사장급에서 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검사 탄핵’에 조직적으로 반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검사 탄핵을 보고했을 때 이원석 검찰총장이 간부들을 동원해 반발하는 등 집단행동이 일어나는 이유를 이같은 ‘검찰 조직’의 특수성으로 해석한 것이다. 실제 이 총장은 ‘위헌·위법·사법방해·보복·방탄’ 등 5가지로 정리해 민주당 주도의 검사 탄핵안을 비판했다. 고검장과 지검장, 평검사들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성토를 쏟아냈고 재경지검 부장단은 성명까지 냈다.
◆손준성 탄핵과 다른 이유 = 검찰의 집단 반발 양상은 탄핵조사 대응이 검찰 집단 차원에서 준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탄핵이 결정된 게 아니라 탄핵을 상정하기 위한 조사라는 점에서 민주당이나 검찰이나 자신들의 정당성을 얘기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검찰에서 ‘조사’를 두고 집단 반발하는 것은 또다른 특권의식으로 비쳐진다”고 했다.
정성호 의원은 전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이원석 검찰총장이 대검의 핵심 주요 간부들 전부 뒤에다 도열시켜놓은 상태에서 발표하는 걸 보고 놀랐다. 무슨 검찰쿠데타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라며 “이게 뭐 하는 것이냐, 도대체. 있을 수 없는 짓”이라고 했다. 이어 “탄핵은 헌법이 국회에 부여해 준 주요 핵심적인 권한 중에 하나”라며 “오히려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대한민국 검찰이 검사방탄에 몰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 ‘검사 방탄’과 민주당 ‘이재명 방탄’의 맞대결은 이번 달 중 시작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한 수원지검 박상용 검사(부부장, 탄핵사유는 이화영 허위 진술 회유 및 강제)와 이재명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의혹을 수사한 엄희준(부천지청장, 한명숙 모해 위증 교사)·강백신 검사(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수사 중 피의사실 공표), 국정농단 특검 당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조카인 장시호씨와 관련 뒷거래 의혹이 제기된 김영철 검사(서울 북부지검 차장검사, 김건희 여사의 코바나컨텐츠에 대한 대기업 협찬 사건, 삼성전자의 아크로비스타 뇌물성 전세권 설정 사건,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저가 매수 사건 봐주기식 수사와 무혐의 처분) 등 4명의 검사를 ‘탄핵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국민들에게 공개된 청문회를 통해 탄핵까지 가야하는 ‘헌법과 법률 위반’을 드러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과거 고발사주 의혹의 손준성 검사 탄핵이나 ‘유우성 대북 송금 사건’ 보복기소 의혹의 안동완 검사에 대한 탄핵은 어느 정도 범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드러난 상황이라 설득력이 있었는데 이번(4명 검사 탄핵)엔 다소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면서 “검찰이 전면전으로 나선다면 민주당이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오히려 밀릴 수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은 “법사위 조사에서 탄핵사유를 명확하게 찾아내 국민들로부터 ‘탄핵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면 탄핵을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것까지 민주당이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