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트럼프 재집권시나리오와 디지털통상 전략

2024-07-08 13:00:01 게재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간 TV토론 이후 트럼프 후보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세계경제에 입힐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1기 집권시 철강과 중국산 수입제품에 높은 관세를 물리는 등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고 중국과 무역전쟁에 집중했다.

그가 재집권하면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그리고 중국 때리기는 더 강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는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이상 관세를 물릴 것이라고 한다. 또한 다른 나라가 미국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 보복관세로 대응할 태세다. 여기에 더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지하고 모든 종류의 자동차가 미국에서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런데 주목해볼 것은 과거 트럼프정부가 제조업과는 다르게 디지털제품과 서비스에 대해서 대외개방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1기 집권 때 제조업은 보호 디지털은 대외 개방 주도

2017년 미무역대표부(USTR)가 매년 발간하는 국별 무역장벽보고서에 별도의 디지털무역장벽 분야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2018년 11월 체결된 미국• 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는 처음으로 디지털통상 챕터가 신설됐고 데이터이전 자유화, 데이터지역화 금지, 소스코드 공개금지 등의 규범이 담겼다.

2019년 10월에는 최초의 독자적인 국제조약이면서 USMCA보다 더욱 개방된 모습으로 미일간 디지털통상협정(USJDTA)이 체결되었다.

한편 2019년부터 시작된 세계무역기구(WTO) 디지털통상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모든 서비스에서 데이터이동 자유화를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조업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됐지만 디지털은 강력한 경쟁우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통상은 아마존 이베이와 같이 온라인쇼핑몰에서 상품을 거래하는 전통적인 전자상거래는 물론 넷플릭스 유튜브의 OTT(Over The Top)와 같은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데이터거래를 포함한다.

미국은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를 중심으로 하는 플랫폼기업의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새롭게 등장하는 무역장벽을 없애고, 자국의 기술우위를 바탕으로 미국의 정책을 글로벌표준으로 확립하기 위해 디지털통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올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가속화될 것이고 수출과 제조업으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가 입을 타격은 그 어느 때보다 클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디지털통상의 개방 압력이 거세지면 우리나라에는 의료 금융 교육 통신서비스와 같은 민감한 분야에 추가 개방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사회적으로 이슈화될 가능성도 있다. 수출과 개방으로 성공한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

하루 빨리 제조업을 포함한 산업전반의 디지털전환을 가속화하는 한편, 이를 뒷받침하는 대외전략으로서 디지털통상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번 미국의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보호무역주의는 유지되고 디지털통상은 계속 확대될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산업전반 디지털전환 가속화하고 디지털통상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우리나라 제조업 국제경쟁력은 여전히 높다. 연구개발-조달-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가치사슬(Value chain) 전반에 디지털전환(DX)을 확산시키면 디지털제조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의료기술과 정보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데이터, 개인정보에 대한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원격의료,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제2의 반도체신화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ICT인프라에 혁신역량을 집중한다면 스마트제조, 스마트팜, 디지털헬스케어와 같은 새로운 혁신서비스가 수출의 중심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대가 빠르게 현실화될 수 있도록 정교한 디지털통상전략과 함께 국제적인 개방논의에서 우리나라의 주도적 역할을 기대해본다.

김용래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전 특허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