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홍보 넘어서는 지방정부의 전략적인 공공외교를

2024-07-08 13:00:01 게재

흔히 외교라고 하면 정부 고위급간의 양자·다자회담을 떠올린다. 영화 ‘D-13’에서 묘사되듯이 쿠바 미사일기지 설치를 둘러싼 미소 간의 충돌로 제3차세계대전 발발 위기로 내달리지만 한편에선 비공식라인을 가동한 치열한 협상전이 전개된다. 군사 안보 통상 경제제재 등 국익을 확보하기 위한 양보할 수 없는 대혈전이 펼쳐지는 외교의 단적인 일면이다.

최근에는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라는 용어도 자주 눈에 띈다. 공공외교는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 국민들의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는 외교활동으로 정의된다(공공외교법 제2조).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역사나 문화유산을 알리거나 제2외국어로 한국어가 자리잡도록 지원하거나 한국연구를 하는 외국인 학자를 후원한다. 우리나라의 정책 입장을 상대국이 공감하도록 문화 지식 정책 등을 활용한 소프트파워를 높이는데 집중한다. 결국 공공외교의 목표는 상대국이나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호감도와 영향력을 대중적으로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공공외교는 활동주체가 국가(정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지방정부가 직접 또는 정부, 민간과 협력해 추진할 수 있다. 지방정부가 공공외교에 참여하는 의미는 크게 두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법적기반 마련돼

첫째, 국제협력 활동의 질적향상이다. 국제사회에서 정치·경제적으로 지위를 확립한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이나 최빈국을 대상으로 다양한 원조활동을 벌인다. 특히 보건 의료 식수 식량 등 인간안보(Human Security)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기여한다. 개발도상국 등은 국가와 지역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예상외의 심각한 문제와 정책수요에 부딪치고 대응기술과 경험의 결핍을 드러낸다.

선진국은 자국민에게 상하수도 폐기물처리 보건위생 사회복지 직업훈련 공공교통 등 종합 행정서비스를 비교적 원활히 공급하고 있다. 그들의 지방정부는 오랫동안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이런 지혜들을 공유하는 것은 개발도상국의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우리나라 지방정부가 지닌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심층적인 공공외교에 다가설 수 있다.

둘째, 지역활성화를 위한 동력이다. 사람·물자·자금 등 국제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국제사회와 지역은 그 상호의존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탄소중립의 지구환경, 지역경제의 무역투자, 인바운드-아웃바운드 지역관광산업, 외국인 주민 등 국제사회와 연계되는 업무들이 급증하고 있다. 2015년 UN에서 만장일치로 합의된 지속가능 발전목표(UN-SDGs)들이 지방정부의 정책목표가 되고 있다는 점이 상징적이다.

우리나라의 지역들은 저출산고령화, 그리고 지역격차 등으로 고심하고 있다. 공공외교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줄 수 있다. 지역을 홍보하고 이미지를 고양함으로써 해외투자를 확대시키거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지역의 우수한 기술력을 이전하고 공유함으로써 관련 인력을 수출할 수 있고, 쇠퇴하는 지역산업에 수요가 창출되는 등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공공외교로 기인되는 부수효과가 발현될 수 있는 만큼 지역사회는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서도 공공외교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과제가 되고 있다.

2020년에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국제교류와 협력에서 지방정부의 활동 범위가 추가·확대됐다(제10장 국제교류·협력). 지방정부는 국제교류·협력, 통상·투자유치를 위해 국제기구, 외국의 지방자치단체, 민간기관과 협력을 추진할 수 있고(제193조), 관련된 비용 및 인력을 배치할 수 있으며(제194조), 필요하다면 단독이나 공동의 해외사무소도 설치(제195조)할 수 있다. 지방외교로 불릴 만큼 국외활동의 자유도가 높아지고 다양한 목적 아래 전략이 구사될 수 있는 법적기반이 마련되었다.

홍보 이상의 효과 내기 위한 전략 필요

2024년도 ‘공공외교 종합시행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11개 사업에 약 4750억원, 지방정부들은 322개 사업에 약 1436억원의 예산을 공공외교에 투입한다. 하지만 사업의 면면을 보면 이미지와 위상제고, 우호친선 교류 등 홍보차원에 머물러 있다.

사실 공공외교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모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단순히 전달하고 알리는 홍보 이상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상대국민에 대한 적극적 포섭이 필요하다. 우리의 문화 지식 정책을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대국들이 이를 내재화해 활용하도록 일조하는 것이다. 상대국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들의 수요에 대처하는 것이 공공외교의 목표를 달성하는 전제가 된다.

하동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 공공갈등과 지역혁신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