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가올 이민사회 미리 준비하자

2024-07-08 13:00:01 게재

정부는 올해부터 국내 체류 외국인의 인구감소지역 정착을 위해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을 추진한다. 사업 취지대로 정부와 지자체 협력이 잘 이루어진다면 인구감소지역 대학과 일자리 등에 적합한 외국인 정착을 유도할 수 있다. 지자체 역시 생활인구 확대와 경제활동 촉진, 인구유입 등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지역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중 법무부장관이 지역특화형 비자사업 대상지역으로 선정한 기초자치단체며, 1년 단위로 대상지역을 선정한다. 사업 대상은 법무부장관이 정한 요건을 갖추고, 광역단체장 추천을 받은 외국인(외국국적동포 포함)과 그의 배우자, 미성년자녀 등이다.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요건은 학력과 소득, 거주지와 한국어 능력 등이다. 학력과 소득은 둘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된다. 학력은 국내 전문학사 이상 학위취득자로 2년제 전문대학 이상 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이다. 소득은 전년도 1인당 국민총소득 70% 이상이면 가능하다.

지역특화형 비자 허가조건에 따르면 허가를 받은 자는 5년 이상 지정된 인구감소지역에 계속 거주하고 해당 지역의 지정된 업종에 취업해야 한다. 배우자와 미성년자녀 등 동반가족에 체류자격을 부여하고, 배우자 또한 취업 활동이 가능해 장기 정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제도가 지역의 단기 노동수요 충족을 넘어 외국인의 장기거주를 유도해 본격적인 지역 이민시대의 핵심 통로로 기능할 수 있다.

지역 실정에 맞는 이민정책 설계 필요

제도 정착을 위해선 다른 나라에서 먼저 시도한 유사한 제도를 참고해 더 효과적인 접목방안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캐나다 소도시 이민 프로그램(RNIP)이나 호주에서 시행 중인 지역주도 이민비자 등이 같은 제도에 속한다. 지역선정 기준을 우리나라 인구감소지역으로 치환하면 현재 법무부에서 시행하는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과 유사한 면이 있다.

전남은 인구감소지역 지자체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16곳이 있어 이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우리의 경우 지자체 주도권이나 이민자 안정 정착에 필요한 지자체 차원의 준비 정도는 부족한 편이다.

중앙과 지방이 협력하는 지역특화형 비자 제도와 같은 지역기반 이민정책은 아무 배경 없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각국의 시대적 사회경제적 요구에 따른 것이다. 지역이민정책을 설계할 때 그 나라와 우리의 경제 사회 문화 여건이 다르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특히 전남에 맞는 최적의 제도로 만들어가는 것은 전남의 몫이다.

더불어 중앙정부는 실제 제도를 현장에서 운영하는 지역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역에 도움이 되고 이민자도 만족시킬 수 있는 지역이민 정책은 앞으로 전국 지자체 현장경험을 통해 설계될 수밖에 없다. 21대 국회에서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에 관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이민정책연구원 등을 통한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이민사회로 가는 길은 혼란과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

정책역량 키워 이민사회 대응할 방침

이민과 외국인에 대한 국민인식 개선과 이해관계자 태도, 그리고 정착하는 외국인의 사회통합 문제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전남도는 제도와 조직을 정비하고 지역이민 분야의 정책역량을 키워 다가올 이민사회를 미리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신중함과 충분한 준비만이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변화하는 인구환경에 차분히 대응할 수 있다.

김명신 전남도 인구청년이민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