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대통령 탄핵 찬반청원 경쟁
민주당 “200만 넘는다”…인사청문회·검사 탄핵·추모열기 동원
탄핵반대 청원도 3만명 넘어 … 강성지지층 과열 경쟁
채 상병 사망 1주기까지 총력전 ‘탄핵 여론’ 강화
20일 이후엔 윤 대통령 탄핵 청문회 등 개최 검토
문재인정부때도 대통령 탄핵 놓고 찬반 여론전 펼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100만명 이상이 동의를 표시한 가운데 탄핵에 반대하는 청원까지 등장하면서 강성 지지층간의 대결구도가 펼쳐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오는 20일까지 이어지는 ‘탄핵 청원’ 경쟁에 맞춰 채 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에 대한 경찰 발표, 대통령의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 방통위원장 등 인사청문회, 검사 탄핵조사 등의 일정을 조율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윤 대통령 탄핵 국민동의 청원이 200만명은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300만명을 향해 가게 될 것”이라며 “이에 맞춰 검사 탄핵조사나 인사청문회 등 각 사안들의 일정을 조율하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일 오전에 13일 만에 국민동의청원 동의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윤 대통령 탄핵 청원이 5일이 지난 이날 오전 7시에 129만명을 넘어섰다. 5일 만에 30만명이 추가된 셈이다. 20일까지 13일 남았고 현재와 같은 속도면 하루에 6만명, 남은 기간에 70만~80만명이 추가될 전망이다. 200만 명 안팎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탄핵 반대’ 청원이 올라온 것을 호재로 보고 있다. 탄핵 여론과 강도를 비교 가능하다는 것과 함께 탄핵 청원에 지지층이 관심을 갖고 참여를 독려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 모씨는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추진 반대 요청’에 관한 청원을 냈다. ‘탄핵 청원’이 100만명 동의를 얻은 직후다. 탄핵반대 청원자는 “무너져 내린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잿빛 미래를 장밋빛으로 돌려놓은 정부가 운석열(윤석열) 정부”라며 “지금도 불철주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노동개혁, 교육개혁, 연금개혁이라는 과제를 묵묵히 수행해 나가고 있다”, “힘에 의한 평화 구현과 국익 외교를 펼치며 튼튼한 안보와 함께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 거듭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윤석열정부에 응원과 격려를 통해 힘을 실어줘서 더 나은 미래로 함께 나갈 때”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연결돼 있는 사안들을 오는 20일까지 몰아칠 예정이다. 가장 눈앞에 와 있는 게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한 일련의 조치들이다. 지난 5일 이송된 채상병 특검법은 15일 이내에 재의결 요구 여부를 결정해야 하므로 20일까지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채 상병 사망 1주기인 19일과 맞닿아 있다.
수사심의위원회의 ‘임 사단장 제외’ 권고, 경북경찰청 수사결과 발표가 채 상병 특검법 2번째 거부권 행사 가능성과 맞물려 ‘채 상병 특검 여론’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지난달 25~27일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방식 여론조사(표본오차 ±3.1%p, 95% 신뢰수준)에서 63%가 특검 도입에 찬성했다. 한 달 전 조사에서는 찬성여론이 57%였다. 한국갤럽은 “성향 진보층은 82%, 중도층은 73%가 특검 도입을 요구했고, 보수층에서는 찬반(43%:47%)이 비슷하게 갈렸다”며 “국민의힘 지지자,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응답자 특성에서 특검 도입 쪽으로 기운다”고 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은 여론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국정농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 대통령의 부실한 국정운영 능력과 함께 김 여사에 의한 배후조정 의혹까지 건드리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청원의 주요 이유 중 하나인 ‘김건희 여사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이 여당의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한동훈-김건희 문자 메시지’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건희 여사 의혹’에 미온적인 검찰에 대한 비판 강도는 검사 탄핵 조사 과정에서 특수활동비 사용내역 등 윤 대통령과 검찰의 어두운 면을 적극 드러내 극대화 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원장 등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윤 대통령 ‘인사 참사’도 강도 높게 파헤칠 계획이다.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여론의 동향이 관심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4년 전에도 탄핵 찬반 청원 경쟁이 있었다. 2020년 2월 4일~3월 5일까지 한 달 동안 146만9023명의 동의를 모은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합니다’ 국민청원과, 2월 26일~3월 27일까지 150만4597명의 동의를 모은 ‘문재인 대통령님을 응원 합니다!’ 청원은 무승부로 끝났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도 찬성과 반대에 10만명의 동의자가 몰리면서 세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당시엔 10만명의 상임위 상정 기준이 채워지면 더 이상 동의자를 받지 않았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