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공정한 세대 간 분배

2024-07-09 13:00:02 게재

최근 상속세와 종합부동산세 인하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다. 코로나19 과정에서 풀린 유동성이 자산가격 급등을 가져와 이전보다 많은 사람이 과세 대상자가 되면서 상속세와 종부세 인하논의가 제기되었다. 이러한 감세논의는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격차문제에 대한 중요한 함의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핵심적인 논의가 빠져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핵심적인 격차문제 도외시한 감세논의

첫째 현재 분배수준의 적정성 논의가 빠져있다. 경제적 불평등이 결혼 출산 교육 노동 등 사회적 격차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이러한 것이 다시 경제적 불평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속세나 종부세는 대표적인 자산 재분배 수단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정 내지 완화에 대한 논의는 현재의 불평등 수준에 대한 국민적 컨센서스에 기반해야 한다. 우리나라 소득분배의 경우 시장소득 분배는 정체되어 있는 반면 소득재분배 정책 효과가 반영된 처분가능소득 분배는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러한 개선효과가 코로나19 기간 동안에는 확대되었다가 최근 감소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정부의 감세기조와 맞물려 있다.

더욱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분배상황이 악화될 우려가 크다. 상대적으로 분배가 안 좋은 고령자 연령층의 비중이 커지면서 분배가 악화될 수 있으며, 또한 연령대별로 청년들의 소득이나 자산이 상대적으로 중고령자에 비해 낮아지는 세대간 격차가 부채로 인해 확대되는 것도 문제다. 청년층의 부채가 늘어나면서 중고령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자산 가치가 상승하고 이들의 부가 상승하면서 세대간 격차가 보다 확대된 것이다.

최근 부채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젊은 세대는 부동산가격 상승에 대한 불안감으로 본인들의 미래소득을 담보로 빚을 지고 주거를 마련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부동산가격이 급등해 기존 보유자들의 자산가치를 상승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이렇게 상승한 자산가치에 대한 종부세와 상속세와 같은 조세 경감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조세부담의 완화가 가져올 세수부족과 그 부담에 대한 논의다. 현재 정부의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조세 완화가 가져올 세수부족 현상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특히 이러한 종부세 같은 세금이 수도권과 지역간 격차를 메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세원이 줄었을 경우 대체되는 세원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더욱이 빠른 고령화의 진행으로 전반적인 세원부족으로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재무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결국 재정에 대한 부담을 미래세대에 그대로 전가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합의도 필요하다.

노령화로 인한 세대간 분배 악화 줄이기 위한 분담 필요

자산분배의 악화와 정부 재정적자 확대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상속세와 종부세 감세논의는 세대간 분배 공정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부의 재분배 기조가 분배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그 격차는 더욱 확대될 수 있고 이러한 경제적 격차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면서 계층의 고착화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평가가 있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교육 결혼 건강 등 다양한 사회적 격차가 연결되어 경제적 격차를 보다 확대시키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한 소득이나 자산분배뿐 아니라 공적부담에 있어서도 세대간 공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감세로 인한 현재의 부족한 세원은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이 될 것이다. 현재 젊은 세대의 높은 사적 부채 수준을 고려할 때 젊은 세대의 공적부담은 덜고, 중고령자들의 공적부담은 확대될 필요가 있다. 향후 고령화로 인한 세대간 분배 악화를 줄이기 위해서는 세대간 적절한 분담이 필요하다.

유경원 상명대 교수 경제금융학부